재호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한쪽으로 눕혔다그게 무슨 말이야그 양반이 데리고 있던 여자가 있어 아파트에 같이 살던그래 그건 알아 소문도 쫙그 여자의 애인이었어 최진규가그래서뭐가 그래서야 그런데 왜 내가 데리고 있어야 하느냔 말이야내가 알아미안해서젠장 놈은 요즘 그 여자하고 다시 배를 맞추고 있어장일수의 말에 이번에는 박재호가 눈을 껌벅이며 입을 닫았다 수화기를 타고장일수의 말소리가 다시 울려 나왔다그 양반한테 할 수 없이 그 이야기를 했는데도 그냥 두라는 거야 나도 그 속을모르겠단 말이야이런 지기미박재호는 차라리 물어 보지 않는 것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김영남의회사와 사생활 양쪽을 갉아먹는 곰팡이 같은 놈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김영남은한사코 데리고 있으려는 것이다잡아 두겠단 말이야 뭐야 혼자 소리처럼 중얼거리던 박재호는 입맛을 다시고는 턱을 들었다알았어 장 사장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이젠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이봐 내색하지는 말고 절대로다급하게 장일수가 말하자 박재호가 입술을 찡그리며 웃었다내가 어린애냐 나도 수단이라면 그 양반 뺨쳐먹는 사람이야그리고는 박재호는 수화기를 던지듯이 내려놓았다김영남은 침대에 누워 어두운 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먼쪽 길에서 차량이달리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다가 사라지자 이제는 귀에서 위잉하는 소리가 난다아마 낮에 실컷 들었던 온갖 잡음의 여운이 귓속에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실제로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머릿속의 청각기록에 의해 그 소리가 들린다고착각하는지도 몰랐다 응접실에 걸린 시계의 초침소리도 들려 왔다아마 새벽 두어시는 되었을 것이다열두시쯤 잠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길게 잤으면 서너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천 양에 매달린 전구의 둥근 모습과 갓의 테두리까지 보였다 어둠에 익숙해져 있는것이다 말라피가 마련해 준 이 집은 며칠이 지나고 나자 아파트보다 훨씬 나았다우선은 베란다 앞으로 탁 트인 정원이 좋았다 그리고 위아래와 옆에 붙여져 있는이웃이 없어서 개운했다얼굴을 마주쳐도 아파트의 이웃들은 인사를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주는 불편만으로기억이 되는 이웃이지 도움이 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마리아는 부지런한 여자였다 시킨 일은 말할 것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