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사다 라고 투우를 보기 전에는 그 진수를 조금도 맛볼 수가 없는 거란다 하지만 스페인에 왔으니까 투우를 감상할 줄 모르면 안되지 그 기술과 용기 누가 뭐래도 투우는 예술이란다 아나리자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이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세요 자선모임의 투우에만 나간다고 했는데 그건 그렇지만 한 달에 한번은 소를 마주 대하고 되지 그럼 일 년에 열 두 번이나요 아나리자의 에머랄드 빛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그러나 돈 호세는 소리 높여 웃었다 은퇴 전에는 한 해 구십회는 투우장에 나갔단다 걱정되니 그는 아나리자 얼굴을 살피듯이 쳐다보았다 네 일년에 열 두 번이나 쇠뿔과 격투를 하다니 죽음을 마주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일년에 한번도 많을 정도인데요 아나리자는 근심스런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나 돈 호세는 그녀의 손등을 살며시 두드렸다 그 기분은 나도 알지 그러나 이것만은 마음속에 새겨두는 것이 좋을 거다 혈통이라고 해야할지 그 아이에게 투우를 하지 말라고 한다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아나리자가 입을 열었을 때 라파엘이 모습을 나타냈다 깨끗이 샤워를 하고 몸에 딱 달라붙은 바지와 파란색 줄무늬 셔츠 차림이었다 그는 양손에 들고 있던 소풍 바구니를 내려놓고 아나리자 옆자리에 앉았다 머리를 맞대고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계신 거죠 미래의 며느리와 좀 가까워졌을 뿐이야 그나저나 결혼식은 언제로 정할 거니 아직 생각하지 않았어요 믿을 수 없군 아나리자가 내 약혼녀라면 나는 한시라도 빨리 내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할 텐데 라파엘은 얼굴을 들고 아버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겠어요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죠 그리고 나서 테라스를 둘러보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구나 라파엘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나리자의 가슴은 또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명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훌리아와 하이머 그리고 뒤따라 마뉴엘이 테라스로 나왔다 오래 기다렸죠 마라아 고모가 바구니는 오빠가 가져갔다고 하시던데 이거군요 그렇게 말한 훌리아는 몸을 숙여 부친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 오늘은 무척 기분이 좋은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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