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가 되었을 때 경윤은 영일과 함께 역삼동 블루 호텔의 802호실 앞에 섰다 물론 이곳까지는 조철봉이 보낸 대형 승용차로 모셔졌고 호텔에서는 현관에서 기다리던 안내원이 이곳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방의 벨을 누른 안내원이 경윤을 향해 허리를 굽혀 보이고는 돌아섰을 때 방문이 열렸다아 들어와모습을 드러낸 조철봉은 웃음띤 얼굴이었다 영일에게로 시선을 내린 조철봉이 이번에는 활짝 웃었다영일이가 많이 컸구나안녕하세요인사를 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영일이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오냐 어이구 인사도 잘하네방으로 들어선 경윤은 숨을 들이켰다응접실까지 붙여진 스위트룸이었는데 테이블 위와 소파에는 온통 장난감과 영일의 옷가지 책과 미술도구 컴퓨터 게임기에다 자전거 발 사이즈를 몰라서인지 인라인 스케이트도 5개나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넓은 방안이 온통 선물로 쌓여져 있어서 가게처럼 보였다 영일의 눈이 둥그레졌고 조철봉이 손을 펼쳐 그것들을 가리켰다영일아 다 네 것이다 집에 갈 적에 차에다 다 실어주마다 내거예요영일이 믿기지 않은 듯이 조철봉을 향해 묻더니 곧 컴퓨터 게임기부터 집었다그래 다 네 것이다 다 네 것조철봉의 목소리는 밝았고 눈까지 번들거리고 있었다 경윤은 소파에 쌓인 장난감을 밀치고 끝쪽에 앉았다 영일은 이미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조철봉은 물론이고 경윤까지 의식하지 않았다 조철봉이 테이블 끝에 한쪽 엉덩이를 걸치고 비스름히 섰을 때 경윤이 입을 열었다사업은 잘 되는가 보죠아파트에서 그 난동 사건이 일어난 후로 처음 제대로 된 대화가 개시되었다 경윤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응 그동안 별일 없지서경윤은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애증이 뒤섞인 시선이었다 경윤의 인생에서 조철봉만큼 강한 자취를 남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선악으로 구분하기가 어색하다면 음양도 좋고 행 불행도 상관없다 어쨌든 조철봉과 함께 있을 적에 가장 감동적이었으며 또한 제일 역겨웠다 그런데 다시 타인이 된 조철봉이 앞쪽에 비스듬히 서있는 것이다 경윤의 경험은 아까부터 비상등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위험한 것이다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한번 부도가 나면 재기하기 힘든 법인데 어쨌든 이사장은 대단해경윤이 눈만 깜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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