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남자 그런여자 4

2부 그런 여자
 오늘도 정말 너무 힘든 하루였다. 산더미 같은 등록금, 꼬박꼬박 괴롭히는 생활비 내가 열심히 죽어라 음식을 나르고 커피를 타도 내 두 동생의 학원비 10만원까지 내버린 오늘도 역시 통장에는 잔고가 없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에 누가 내 힘듬을 조금이라도 알아줄까 일부러 다 떨어진 힘도 쥐어짜 터벅터벅 더 큰 소리를 내며 걸어간다. 그러다 집에 돌아가는 길목에 항상 지나치는 기와가 예쁜 두 집 사이로 저 멀리 꺼지지 않는 서울의 야경이 보이는 곳에서 또 한번 그리움에 의해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나는 불행할지는 몰라도 절대 불쌍하지는 않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항상 너무 보고싶은 우리 엄마 아빠가 남겨주고 떠난 집과, 나에게 현재 유일하게 버팀목인 내 사랑스러운 쌍둥이 동생들이 언제던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끼익거리는 대문을 열고 마당 마루에 앉으면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동생들이 입에 설탕가루를 묻히고 "우리 누나 왔다" 하며 귀에 걸리는 미소를 주며 달려온다. "누나 누나 내가 누나 주려고 마지막 남은 과자 한 조각을 남겨놨는데 얘가 반을 먹어 버렸어" 거친 숨소리의 주인공은 우리 왕자님이다. "니가 나머지 다 먹어버렸으니까 그러지 이 바보야" 항상 당당한 우리 공주님이다. 이 귀염둥이들은 말들이 끝남과 동시에 누가 더 깊은 품에 안기나 시합하듯이 내 품에 포옥 들어와 나를 따뜻하게 해준다. 내 손은 자연스럽게 애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미안함을 갖은 채 꽉 끌어 안고 품에 안긴 동생들의 숨을 느낄 수 있을 때쯤 나는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씻지도 못한 채 잠에 들어버리고 만다. 이게 내 하루의 마무리이다.
 
 새벽 다섯시쯤 넘어서면 대문이 다시 끼익 하며 열린다. 그러면 찐한 향수냄새와 오묘하게 섞인 술 냄새 넘어로 얼굴이 잔뜩 빨개진 언니가 들어온다. 우리 집에서 하숙 하는 언니다. "나 오늘 진상들 많았어서 너무 힘들어 나도 안길래" 살짝 꼬인 혀로 발음을 하며 마루 옆쪽에 털썩 눕는다. 그걸 신호로 나는 일어나 동생들과 언니를 방안에 눕혀놓은 후 밀린 청소들과 잡일거리를 하고 엄마 친구분이 하시는 집 앞 빵집에 가서 소시지 빵 세개를 감사하게 받아온다.
 
그러고 나서 시계를 확인하면 시간은 7시다. 부랴부랴 얽혀서 자고 있는 이쁜이들을 깨워서 씻기고 옷을 골라 입히고 입에 소시지 빵 반쪽씩을 물려주며 대문 밖으로 나선다. 집 앞 버스정류장까지 후다닥 가서 애들이 버스 창 밖으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본 후에야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오늘도 파이팅이다 하는 다짐을 여러 번 한 후 오늘의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집 앞 빵집에 가서 아주머니를 도와드려야 한다. 그 후 학교 일정을 마치고 강남역에 위치한 술집에서 서빙을 한다. 금요일에는 동생들이 빵집 아주머니 집에서 친구들이랑 놀다 잠에 들기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할 수 있다. 아주머니에겐 항상 너무 감사하다. 학교일정을 마친 후 서둘러 북적북적한 강남거리로 이동한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가게는 시끌벅적 만석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여기저기 날아 다니듯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던 와중 무전으로 사장님에게 급하게 입구로 와보라는 연락이 왔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총총걸음으로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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