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다녀갈 뿐이다아저씨 저기 택시 정류장에서 세워 주세요최진규가 말했다나도 집에 갈테니까 전화할게오희주는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옆쪽으로 다가왔다오희주의 볼에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춘 그가 빙긋 웃었다그럼 쉬어택시가 멈추고 최진규는 밖으로 나갔다 코트 자락을 펄렁이며 그는 마침 멈춰 서는택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오희주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온몸이 나른해진 그녀는 눈을 감았다 최진규하고는 어제 저녁부터 함께 있었지만가슴에 맺혀 있는 듯한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았다 그가 끈질기게 물어 왔으나대답해 주지 않았고 대답할 만한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가슴이 답답해서 최진규와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오희주는 스쳐 지나가는 거리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이런 것 같지가않았다 만나기 전에는 설레였고 헤어지고 나면 허전했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편안했지만 감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엄마 배고파집 안으로 들어서며 오희주가 말했다 어머니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으나입을 열지는 않았다엄마 전화 온 데 없어어제 저녁에 안 언니라는 여자한테서 두 번인가 왔었다 대학선배라던데 들어오면꼭 전화하라고 하더라오희주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30평형 아파트에 어머니와 두 식구가 살고 있으므로 어느 때는 집안이 행하고바람이 지나간 듯 크게 보이기도 한다 어머니가 외박을 할 때도 있고 모녀가 함께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오희주는 아직 마흔여덟밖에 되지 않은 어머니에게남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버지는 LA에서 젊은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있었으므로 어머니는 부담을 느끼지않을 것이다오희주는 실내복 차림으로 방을 나와 화장실로 들어섰다엄마 아버지는 구정에 오신대뜨거운 물을 받으면서 소리쳐 물었다모르겠다 난주방 쪽에서 어머니가 대답했다오면 오는 거고 가면 가는 거지 난 그 사람한테 신경쓰고 싶지 않아오희주는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방에서는 어머니가 고기를 다지는 소리가났다아버지는 회사가 도산하자 단신 미국으로 도망쳤다 오희주가 국민학교 3학년 때인13년 전이었다 외동딸이었던 그녀는 아버지의 귀여움을 받았던 것을 지금도기억한다 아버지는 이제 LA에서 세탁소와 슈퍼마켓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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