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하를 바꿔 줘전화가 연결되는 짧은 시간 동안 최병주는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있었다여보세요장광규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각하 최병주입니다아 실장 이수석한테서 보고받았지요 오후의 회의말이요그의 목소리는 무겁게 들렸다네 들었습니다그런데 각하 각하께서 한회장을 한번 만나보시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만 비공식적으로 말씀입니다장광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쪽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므로 답답해진 최병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괜찮으시다면 제가 지금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로비에 앉아 있던 김막동은 호텔 현관에 들어서는 정미혜를 보았다 그녀도 이미 이쪽을 알아본 모양인지 곧장 로비를 가로질러 다가왔다아침부터 웬일이요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난 김막동이 물었다이번 주일에는 오전에 시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맑고 튀는 듯한 목청으로 그녀가 말을 받았다 반팔 티셔츠에 바지차림이었는데 그녀의 옷속에 감추어진 몸매를 본 적도 있었고 손바닥으로 문질러 본 경험도 있었으므로 어느덧 김막동의 가슴은 뛰었다그럼 아침부터 수영하실려고아이 참앞자리에 앉은 정미혜가 피식 웃었다김선생님 만나러 왔어요날 만나러 오셨다구요김막동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웬일인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는데 지난번 그녀의 등을 문지르고 있을 적에도 그랬었다수영은 나중에 하고 우리 놀러 가요남조선 처녀들이 발랄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로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어디로 말입니까호텔 밖으로 여기서 삼십분만 가면 산 속에 좋은 식당이 있어요 경치도 좋고김막동은 주위를 둘러보았다현관 근처에 두 명의 동료가 서 있었고 로비 안쪽에도 두 명이 보였다 그들은 근무시간인 것이다 밤 근무를 같이 했던 동료들은 아마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막동은 안쪽에 앉아 있는 동료에게 다가갔다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올테니까누구하고 저 여자하고동료 한 명이 머리를 돌리고 있는 정미혜의 옆모습을 턱으로 가리키며 웃었다자네도 이제 짝을 만난 모양이구만 맨날 잡지책 그림만 보더니입맛을 다신 김막동은 돌아서서 정미혜에게로 다가갔다가요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말했다 그녀에게서 향기로운 화장품 냄새가 풍겨 왔다밖에 내 차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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