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색 양복을 입은 사십대의 사내가 빌딩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허긴 저 자식을 나무랄 수는 없지고판호가 혼잣소리로 제 말에 제가 대답하고 있었다그는 변절하지 않은 김일도의 운동원 중의 하나였다 나이는 서른다섯 살이었고 고졸의 학력이었으나 정치바람을 쏘이고 나서는 일정한 직업을 갖지도 않고 김일도를 따라다녔었다 김일도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고 나서 그는 대전의 사무실을 지키는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처음으로 월급을 타는 직업인 것이다 김일도가 대전에 내려오면 금방 사무실은 손님으로 가득찼으나서울로 올라가면 빈 사무실이 되므로 전화를 받는 여직원 한 명과 함께 사무실 청소에서부터 김일도의 심부름까지 모든 걸 도맡아 했다 주로 선물 전달 애경사에 화환 보내는 일 민원일을 처리하러 구청에 다니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4년 가깝게 사무실 일을 하다 보니까 가끔가다 생색나는 일에나 얼굴을 내미는 사무장 배대섭보다 안면을 더 넓히게 된 것이다그만 돌아갑시다오영식이 앞자리의 운전사에게 말하자 차는 길로 빠져 나왔다사무실로 들어가시렵니까고판호가 물었다아니 나는 잠깐 들릴 데가 있어서 저기 택시 정류장에 내려 줘요의원님이 사무실에 계실텐데내가 전화 드리기로 했습니다고판호가 머리를 끄덕였다성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김일도가 그를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형이 애를 써야겠어요 예전의 운동원들을 모으는 일이 우선인데오영식의 말에 고판호가 머리를 끄덕였다대부분이 돈 바라고 오는 놈들이고 알짜만 모으면 돼요 그나저나 관의 방해가 걱정인데짐작이 되었으므로 오영식은 잠자코 있었다오영식이 역 근처의 다방에 들어서자 김태수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오래 기다렸니 미안하다 이명철의 사무실을 보고 오느라고김태수는 잠자코 옆에 놓인 가방을 들어 오영식의 옆자리에 내려놓았다6억이다 선거 중반쯤에 다시 풀 계획이라고 전선생이 말하더군오영식이 힐끗 검정색 가방에다 시선을 주었다돈 싸움도 되겠지만 이곳저곳에서 압력이 많겠어기관들 말이냐그래 여당의 프레미엄이 그거 아니냐어쨌든 김일도를 당선시켜야 돼 그걸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지 않아오영식이 생각하는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난 다른 데 가볼 일이 있어김태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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