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응접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방학 때라 시간은 넉넉했으나 집에 있으면 언제나 조급해진다 잠을 한숨 더 잘 생각이었으나 박성민의 찌뿌드한 분위기가 걸려 침대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김명화는 소파에 등을 묻고 길게 다리를 뻗었다 저절로 두 손이 위로 치켜지고는 기지개가 켜졌다 잠옷 사이로 미끈한 종아리와 균형잡힌 발가락이 드러났다그녀는 발가락 끝을 힘껏 안쪽으로 오므렸다 짜릿한 느낌이 발 끝에서 하복부까지 번져 들어왔다아침식사 차려드릴까요주방에서 나온 오십대의 가정부가 물었다 박성민부터 먼저 차려먹게 한 것이다아니 난 우유 한 잔만 그리고 아줌마아줌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점심 때쯤 목욕탕에 갈 거예요 미장원에도 가고 일곱시에 모임이 있어서그러니까 그이한테서 전화 오면 요 앞에 갔다고 말해 줘요 동네 미장원알았어요김명화는 일어서서 침실로 들어섰다 어지럽혀진 침대 시트가 보였다잠자코 머리를 돌린 그녀는 반대쪽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문득 박성민과 관계를 안한 지 며칠이나 되었나 하고 생각해 본다 열흘은 넘은 것 같았다 아니 2주일이 넘었는지도 모른다 지난주에도 그리고 그 전 주일에도 그것을 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손바닥으로 두 볼을 감싼 채 김명화는 한동안 거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박성민이 지금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까 하고 문득 생각해 본다 거울을 향해 김명화는 싱긋 웃었다흰색의 나이트 가운에 싸인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 보아도 매력적이었다차는 산허리를 돌아가는 중이었다서울 근교에 있는 야트막한 산이었고 깨끗하게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어서 기어를 변속시키지 않고도 승용차는 부드럽게 달려 올랐다김명화는 중턱 부근에서 속도를 떨어뜨리고 오른쪽으로 나 있는 샛길로 핸들을 틀었다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포장된 도로가 나무들 사이로 뚫려 있었다 양쪽의 숲에는 잔뜩 쌓인 낙엽 위로 흰눈더미들이 드문드문 보였다길에 익숙한 듯 김명화는 차에 속력을 내었다 곧장 달리던 차가 좌측으로 꺾어지자 정면에 회색빛 돌담이 가로막고 있었다 대문은 열려져 있었고 백미터쯤 앞쪽에 붉은 벽돌로 지은 2층 저택이 보였다 유리창이 오후의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는 번쩍이며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백한영이 현관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활짝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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