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이 없노라이반이 낮고 굵은 목소리로 시를 읊는 동안 진향은 나무토막이 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읊기를 마친 이반이 앞에 앉은 진향을 바라보았다누구의 시인지 아시오절제 김종서 대감의 시입니다목소리를 낮추고 말한 진향이 힐끗 문쪽을 보았다나리 그 시를 읊으시면 죽습니다 그걸 어찌 모르십니까고변을 하시겠소웃음띤 얼굴로 이반이 묻자 진향은 머리를 저었다나리께선 무장 가문의 자제시군요내 가문이라이반이 다시 술잔을 들었다 그러나 뒷 말은 잇지 않았다이반은 술 세병을 연거푸 다 비우고 나서도 꼿꼿하게 앉아 있었는데 자시가 넘은 터라 계집종의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이반이 가라앉은 시선으로진향을 보았다난 색이 필요하면 참지 않는 성품이오 허나 그대의 호의를 겪고보니선뜻 내키지가 않소그게 무슨 말씀입니까진향은 술기운에 두 볼이 붉었지만 두 눈은 맑았다 정색한 진향의 시선을받은 이반이 쓴웃음을 지었다그대를 품고 싶은 색욕을 느꼈지만 억누르고 있다는 말이오그러자 진향이 손바닥을 펴 입을 가리고는 맑고 높은 소리로 웃었다 이윽고 웃음을 멈춘 진향이 이반을 보았다소녀에게 정2품 대감이 오셔서 청을 넣은 적도 있었지요 비단을 백필 주겠다는 거상도 있었습니다미친 놈들이군정색한 이반이 잔에 술을 채우고는 진향을 보았다그리고 당연히 거절했을 일을 나한테 말하는 그대도 이상하오그럼 남녀는 어떻게 해야 합방을 하는 것입니까사내가 빼앗는 것이지자르듯 말한 이반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진향을 보았다재물과 위세를 이용하여 여자를 탐하는 자는 소인이오 여자는 힘으로 차지해야 하오그것은 금수의 무리 속에서나 통용되는 습성이지요방사는 금수처럼 하는 것이지보료에 팔을 얹은 이반이 가늘게 뜬 눈으로 진향을 보았다그래야 진정한 합방이 이뤄지는 것이오나리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정색한 진향이 머리를 저었다풍모는 의젓하고 박식하기도 한데 가끔씩 드러나는 성품이 야수와 같네요늦었소몸을 세우고 앉은 이반이 옆에 놓인 봇짐을 당기더니 안에 손을 넣어 한움큼의 금조각을 꺼냈다오늘밤의 화대는 이것이면 되겠소술상의 구석에 쏟아놓은 금조각이 불빛에 반짝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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