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이 열리고 대좌 계급장을

방문이 열리고 대좌 계급장을 붙인 사내를 선두로 일단의 군인들이 들어섰으므로 홍태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곳은 나진 외곽의 보위부 건물 지하 취조실 안이었다 옆에 나란히 앉은 이경만과 김운창은 머리를 들 기력도 떨어졌는지 상반신을 굽히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좌가 테이블 앞 쪽에 앉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홍태수를 보았다동무 식사도 안하고 있다던데억양없는 목소리로 물은 대좌가 홍태수의 앞에 담배갑을 던져 놓았다담배 태우시오홍태수는 잠자코 담배를 집었다 미제 말보로였다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자 뒷쪽에서 손이 뻗어 나오더니 라이터 불이 담배끝에 닿았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체포된지 15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기차와 자동차를 번갈아 타고 국경을 넘어 이곳까지 오는 동안 홍태수는 물 몇 모금만 마셨을 뿐이다 식욕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것은 이경만과 김운창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가 체포되면 예전처럼 심하게 취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수용소 행이다 거기에다 홍태수는 탈북자 모임인 조선해방회 회장인 것이다 처형 당할 것이 분명했다 홍태수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을 때 대좌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동무는 열차 기관사였으니 대우도 좋았을텐데 왜 탈북했소지하실 안에는 10여명이 앉거나 서 있었지만 조용했다 대좌의 시선을 받은 홍태수가 쓴 웃음을 지었다 체포되고 나서 지금까지 아무도 그들 셋에게 이야기를 걸지 않았던 것이다 이곳에 도착한지도 한시간이 되었는데 그저 끌고와 집어넣었을 뿐이다조금 더 잘 살아보려고 나왔습니다다시 담배 연기를 뱉고 난 홍태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사람 욕심 아닙니까그렇지의외로 대좌가 머리를 끄덕여 보였으므로 이경만과 김운창도 시선을 들었다하긴 쌀밥 먹고 나면 고기 먹고 싶고 고기 먹고 나면 더 좋은 음식 생각이 나지 나도 이해할 수 있어대좌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사람 욕심은 한이 없지홍태수는 외면한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여서 두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시간 만이라도 잠을 자게 해준다면 자고나서 죽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사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때 대좌가 말을 이었다동무 조선해방회 회원은 몇 명이나 되오모릅니다자르듯 말한 홍태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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