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윤곽이 다 드러났다 어머 니는 누워 있었는데 인도자가 옆에 앉았고 장집사와 강도사박도사는 뒤쪽에 앉아 있었다 인도자가 경철을 보더니 손짓으로 옆에 와 앉으라는 시능을 했다 네 어머니가 먼저 하나님을 만나러 가신다 경철의 손을 쥔 인도자가 말했다 하나님께 내 말을 전하러 가시는 거야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숨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았 다 눈은 움푹 패어진데다 마른 입술이 갈라졌고 헝클어진 머리칼이 이마를 덮었다 경철은 10살이었지만 어머니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넉 달쯤 전인 여름부 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 세 번 씩 열리는 기도회에는 꼭 참석했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 며 기도하고 나서는 탈진해서 쓰러졌는데 기도 시간이 되면 다시 일어났다 그런 어머니가 무서워서 경철은 한달 가깝게말을 붙이지 않았지만 가끔 어머니의 한 시선이 자신을 향해져 있다는 것은 느꼈었다 경철의 시선을 느꼈는지 어머니가 눈을 떴다 흰 창이 많은데다 습기가 가득차 있었서 경철은 어머니의 눈빛이 전과는 다른 것을 알았다 어머니의시선에 초점이 잡혀지더니 갈라진 입술이 열렸다 경철 아빠 미안해요 눈만 껌뻑이는 경철을 향해 어머니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경철아 이리와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으므로 인도자가 정색하고 말했다 돌아가서 자라 다음날 아침에 어른들은 죽은 어머니를 천막 바로 옆의 숲 속에 묻었다 경철은 풀숱에 앉아 어머니의 시체가 천막깔판에 말려 구덩이에 묻히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고석규도 가까이 와서 치근대지 않았다 미나는 경철의 주위를 맴돌면서 눈치를 살피더니 구덩이에 흙이 덮이고 나서 인도자가 큰 소리로 기도를 시작할 때 점퍼를 가져와 경철의 등 에 씌워 주고는 도망갔다 그날 오후에 어른 한 명이 줄어 든 일행 일곱은 산을 떠났다 12월 중순이었지만 빗발이 뿌렸으므로 산을 내려오던 경철은 흠뻑 젖었다 닷새 후에 인도자인 배국청이 지리산 산줄기가 가라앉은 남원 근처의 외딴 폐가에서 눈을 떴을 때 그의 주위에는 세 아이만 남아 있었다 2년 전에 종말일을 맞으려고 127명의 신도와 함께 속세를 떠났던 그였으나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세 신도마저 종말이 오기 전에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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