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상기되곤 했던 사범학생 때의 모

얼굴이 상기되곤 했던 사범학생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김범우는 송승호에게도 이학송에게도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손승호의 경우는그의 말마따나 관념이 아니라 체험이었고 이학송의 경우는 그나름의 논리에 빈틈이라고는없었던 것이다 이제 제삼의 입장이란 있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무서운 데가 있었다 그 말은 다른 말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김범우는 자신의 생각을 좀더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한강다리가 폭파됐는데 서울은 어찌 되겠습니까 손승호가 이학송에게 물었다 이승만이 어지간히 다급했던 모양인데 글쎄요 인민군 입장에서는 좋고도 나쁘게 된 게 아닌가 싶소 전국에서 집합해서 드글거리고 있는 친일반역세력들의 발을 일시에 묶게 된 것은 좋을 것이고 얼마동안이라도 전진이 중단된 것은 나쁘고그렇지 않겠소 그런데 서울에 몰려 있는 친일반역세력들은 얼마나 되고 그것들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하게 될까요 손형이 아주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두는군요 글쎄요 나도오래 전부터 서울에 몰린 친일반역세력들이 대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고는 했었소 한마디로 서울은 친일반역자들의 도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거요 서울의 구조를 따져보고 사건들을 점검해보면 그 답은 금방 나오게 되어 있소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수도였으니 정치 도시고 양반도시고 소비도시였소 그 양반님네들이 경복궁 가까운 팔판동제동가회동안국동인사동까지 자리잡아 양반동네를 이루었고 그 아래 종로통을 중심으로 그들의소비생활을 받치고 있는 상인들이 자리잡았소 그런데 일정시대가 되잖았소 일본놈들은 경복궁안에다가 총독부 건물을 들어앉히고는 옛날 양반들과 맞대거리라도 하겠다는 듯 북악산과 맞바라보고 있는 남산 아래 필동회현동부터 시작해서 반원을 그리며 원효로만리동효자동까지 진을 쳤고 그들의 상권은 을지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소 필동에서 효자동까지적산가옥이 그리 많은 게 그 까닭이오 그런데 일본놈들은 조선시대가 무색하게 강력한중앙집권제를 실시했고 그 바람에 양반님네들은 나라 팔아먹고 대신 얻은 감투만이 아니라실질적인 관리생활을 거의가 했소 거기다가 출세욕을 가진 지방지주나 그 자식들이 또 하나 부자촌을 만들었는데 그게 명륜동이고 혜화동이오 그들이 서울 양반동네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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