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에 그동안 윤우일은 사무실 직원들의 커피 심부름이나 했을 뿐이었다나흘째 되는 날 오전 정기국회가 끝나갈 무렵이어서 조금 한가해진 김은배는 방에 있었지만 소병호는 보이지 않았다 소병호의 업무는 주로 관련단체나 기업체 또는 민원 청탁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사무실로 전화가 가장 많이 왔다김은배가 윤우일을 불렀을 때는 오전 10시 반이었다 의원회관 주차장의 차 안에 혼자 앉아 있던 김은배는 윤우일이 들어와 옆 좌석에 앉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며칠 있어 보니까 돌아가는 상황은 알 수 있겠지][아직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배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어느새 정색한 김은배가 윤우일을 보았다[소 비서가 일 욕심이 많아 하지만 혼자서 다 챙기기에는 무리여서 자네를 채용한 것이야]윤우일의 시선을 잡은 김은배가 말을 이었다[물론 소 비서는 조금 서운하겠지 그런 내색이 보이지 않던가][저는 잘 모르겠는데요][어쨌든 말인데 ]김은배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자네가 오후에 동성상사의 비서실 사람을 만나고 와야겠어 오후 5시에 국립도서관 주차장에서 이 번호로 연락을 하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야]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낸 김은배가 윤우일 앞으로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현금일 테니까 받아서 지하철역 사물함 같은 곳에 당분간 보관 시켜 놔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알겠습니다][이 일은 소 비서한테도 비밀일세 자네하고 나하고 둘만이 아는 거야 알겠지][예 의원님]김은재가 다시 주머니에서 두툼한 흰 봉투를 꺼내어 내밀었다[이건 활동비야 받아][고맙습니다 의원님]서슴없이 봉투를 받은 윤우일이 주머니에 넣자 김은배가 빙긋 웃었다[자넨 내 제자나 다름없어 그리고 아직 때가 묻지 않았어 자네에게 비교하면 소 비서는 너무 물이 들었어]윤우일과 시선이 마주친 김은배가 다시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웠다[자네한테 기대가 크네]국립도서관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 차 있는 데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윤우일은 구석 쪽의 벤치로 다가가 앉았다 옆 벤치에 앉은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녀가 떠드는 바람에 분위기가 산만했다 입맛을 다신 윤우일은 휴대폰을 꺼내어 다이얼을 눌렀다오후 5시 정각이었다 주위에는 온통 학생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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