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운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아무래도 갱생단의 공격을 받고 장렬히 산화했던 모양이다 실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정혜선과 강미수는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는 치열했던 전투를 마친 갱생단의 사체만이 여기저기 널려 있을 뿐이었따하아 아주 작정을 하고 마셔댔나 보군 어라 그런데현우는 한숨을 불어내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볼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 익숙한 체취 그제야 현우는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때 옆에서 권화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리 주십시오 제가 방에 데려다 눕히겠습니다 아니 조금만 더 이러고 있게 해 주세요어머니가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그런데 이 집 권형사님이 도와주신 건가요 현우가 그런 얘기를 통 안해서아닙니다 솔직히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현우가 거절하더군요 어머니에 대한 일 만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요 이 집 전세금은 모두 현우가 구한 겁니다 정말 대견하지 않습니까 저 나이에 이만큼 어른스러운 녀석은 흔치 않습니다그렇게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네현우 나이에 이만큼 어른스러운 사람이 흔치 않다고요 네 맞아요 하지만 말이죠 현우는 원래 조금도 어른스럽지 않았어요 6년 전만 해도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였죠 저는 그때가 좋았고 적어도 내 앞에서는 언제까지나 철부지로 남아주기를 바랐어요 알고 있나요 제가 현우에게 처음으로 어머니라는 말을 들은 건 중환자실에서 깨어났을 때예요그때 알았어요 현우가 어른이 돼 버렸구나 아직 어리광을 부려도 좋을 나이인데 나 때문에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구나 라는 걸 가슴이 아팠어요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현우는 조금도 어른스럽지 않아요 죽을힘을 다해 어른스러워지려는 것뿐이랍니다문득 현우의 머리에 뭔가가 떨어졌다 어머니의 눈물이었다 어머니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현우의 손을 꼭 잡았다얼마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잦아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로 스며든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밀물이 차오르듯 가슴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치밀어 올라왔다 그러나 두 눈을 꽉 감고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꾹 눌러 삼켰다맹세했다 그날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을 때 맹세했다 두 번 다시 어머니 앞에서 울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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