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여 있었다 늦은 가을밤이었고 가끔 빗발이 뿌리는 날씨여서 넓은 주차장에는 딱 3대의 승용차만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 3대 중의 한 대는 박종배가 타고온 낡은 중형차였다 다른 2대는 틀림없이 불륜관계인 중년 남녀가 차의 불을 모두 끈 채로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엉켜 있을 것이고 행사가 끝나면 바로 이 을씨년스러운 주차장을 빠져나갈 것이다빌어먹을손목시계를 내려다본 박종배가 투덜거렸다 12시5분이었고 강기철과의 약속시간이 5분 지난 것이다 11시45분부터 와서 기다렸으니 기다린 지 20분이 되었다 힐끗 옆쪽의 유람선 선착장에 시선을 주었던 박종배는 쓴웃음을 지었다 불을 모두 꺼놓아서 마치 폐선처럼 보이는 유람선 안에 김덕봉이 숨어 있는 것이다 김덕봉은 11시께부터 숨어 있었으니 지금쯤 짜증이 나 있을 것이었다이 새끼가 정말박종배가 다시 혼잣소리로 투덜거렸을 때였다 운전석 옆쪽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박종배는 기겁을 했다 머리를 돌린 박종배는 유리창 밖에 떠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았다 짙은 어둠 속이어서 희미한 윤곽만 보였지만 굴곡이 뚜렷한 모습이었다 박종배가 유리창을 반쯤 내렸을 때 사내가 말했다내가 강기철입니다들어와박종배가 강기철을 쏘아보며 말했다 유리창을 열자 강바람과 함께 빗방울 서너 개가 휘몰려 들어와 박종배의 얼굴을 때렸다 강기철이 앞쪽으로 돌아 운전석 옆차석에 올랐을 때 후텁지근했던 차 안이 갑자기 비린 강냄새가 섞인 시원한 공기로 바뀌었다내가 별일을 다하는군 높은 놈들이 알면 모가지 감인데박종배가 지그시 강기철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왜 이런 지랄을 하는지 넌 알기나 해강기철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으니 박종배가 스무살 연상이다 박종배의 반말은 자연스러웠다 그때 강기철이 머리를 끄덕였다반장님은 요즘 조직세계의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충 짐작하고 계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내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지요내가 네 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럴 리가 있습니까강기철이 흰 이를 내보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하지만 놈들의 작전에 휘말려들지는 않으실 것 같았습니다놈들의 작전이라니 명성회와 삼합회 그리고 야마나가회말입니다 그 놈들이 연합을 했지요일진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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