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그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랑은커녕 설레임조차 느껴보질 못했던 것이다

분명히 그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랑은커녕 설레임조차 느껴보질 못했던 것이다 다정한 면과 고압적인 면 라파엘의 내부에는 상반된 두 개의 성격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런 그를 능가할 수 있는 스케일을 가진 남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까 조금씩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창을 통해 어수선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이곳이 그녀가 살 나라인 것이다 비행기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서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활주로의 아스팔트가 쌩쌩 내리쬐는 뙤약볕을 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눈 앞이 깜깜해지는 듯했다 아나리자는 어깨끈 하나 없는 노란색 선드레스 위에 자켓을 걸치고 있었지만 이 더위에서는 자켓 같은걸 입었다간 쪄 죽을 것 같았다 눈부신 태양때문에 눈을 가늘게 뜬 아나리자는 공항 대합실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무리 속에서 기억이 있는 얼굴을 찾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항 건물로 들어가 건물내의 어둠에 눈이 적응되었을 때 그제서야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북적대는 인파로부터 약간 떨어진 구석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자기 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명히 익숙치 않은 더위 때문일 거라고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아나리자가 그를 발견한 것과 거의 동시에 라파엘도 그녀를 발견했다 그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가까이에 있는 재떨이에 비벼끄고 나서 그녀쪽으로 다가왔다 아나리자 윤곽이 뚜렷한 얼굴은 거의 무표정에 가까왔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아나리자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여행은 쾌적했소 라파엘은 그녀 손을 잡고 터미날 입구로 걸어가면서 물었다 네 덕분에요 대답하는 목소리가 묘하게 들떠 있었다 웬지 스스로도 다른 사람의 소리같았다 젊은 남자 한 사람이 라파엘을 발견하고 그들 쪽으로 다가와 빠른 스페인어로 뭐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라파엘에게 말을 하면서도 아나리자를 힐끗힐끗 훔쳐보았다 라파엘은 예의를 잃지 않을 정도로 짧게 이야기를 끝냈다 아나리자를 그 남자에게 소개할 마음은 손톱 만큼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아나지라는 무시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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