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은 아니다 그날 밤의 사건으로 그는 윗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동료로부터는 아낌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자신의 위축감은 연기가 사라지듯 없어져 갔다어이 김대위 이걸 보라구옆쪽에 누워 있던 백병구가 잡지 한 권을 던져 주었다 한 손으로 집어들었다 미국 잡지였다 표지에서부터 벗은 여자의 몸이 찍혀 있는 잡지였다이거 누워 있는 사람 성나게 만드는 거 아니야책장을 넘겨 보면서 그가 웃었다할 수 없지 아직은 손이 성해 있으니까그는 한쪽 어깨와 목을 쇠뭉치로 맞았으므로 두꺼운 기브스에 싸여 있었다 그래도 김막동보다는 나은 편이다 한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 김막동은 어깨 윗부분에 관통상을 입었고 볼의 한쪽도 마찬가지였다 발길에 채여 갈비뼈 네 개가 부러져 있었으므로 상반신은 온통 석고에 싸여 있는 셈이다 김막동은 한쪽 볼을 찡그리며 웃었다이야 굉장하구만김막동이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탄성을 지르자 이번에는 오른쪽 병상에 누워 있던 박영태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머리 전체를 붕대로 감고 있었다젖통이 이렇게 커서야 어디 제대로 걷겠어 엎어져 버리겠는데박영태가 쓴 웃음을 짓고는 머리를 돌렸다 그도 한번 보았던 플레이보이 잡지였다이야김막동이 다시 탄성을 지르더니 입을 다물고는 침을 삼켰다 이제는 발표 못할 사연인 모양으로 원수를 만난 듯 뚫어져라 책장을 노려보았다김막동 씨 이젠 괜찮나말소리에 김막동은 충혈된 눈을 들었다 그리고는 입을 쩍 벌리더니 책을 옆쪽으로 밀어 놓았다 한세웅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많이 나은 모양이군한세웅이 박영태를 향해 말했다난 일주일 후에 출발인데 박중령이 알아서 대원 편성을 해주도록회장님 제가 수행할 수 있습니다박영태의 말에 한세웅이 부드럽게 웃었다안돼 의사 말을 들어 보았어 하지만 자네는 여기 누워서 지휘해도 좋네그들에게 머리를 끄덕여 보인 한세웅은 병실을 나갔다 김막동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박영태는 문득 한세웅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직접 경호 부탁을 한 것을 깨달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박상일을 통해 수행을 통보받았던 것이다테일러는 육십대 초반으로 비대한 체격의 사내였다 한세웅과는 3년쯤 전에 거래를 두어 번 해본 적이 있었으므로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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