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워 바퀴 벌레를 떼로 구해 낸 현우는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부스스 일어났다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뉴 월드에 접속했을 때였다 마침 비슷한 시간에 접속한 레리어트와 북실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크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 뉴 이어입니다 순간 현우는 정신이 멍해졌다 저기 죄송하지만 오늘은 게임을 못 할 거 같아요 큰 집에 가기로 했거든요 레리어트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서야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아크가 퍼질러 자는 사이 해가 바뀌어 오늘이 바로 새해 첫날이었던 것이다 헤헤헤 아크 님 저는 레리어트 님과 달리 시간 많아요 그럼 식재료나 캐고 있어 아크는 버럭 소리치며 접속을 끊었다 그리고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산 거야 새삼스럽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뉴 월드에 팔아먹었지 뭐 물론 아크도 나름 화려한 망년회를 치렀고 새해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마도 매일 새벽에 운동을 나갔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운동을 잠시 쉬게 되고 게다가 바퀴 벌레를 구하느라 32시간이나 버텨 버린 바람에 현실의 시간 감각이 잠시 흐트러진 것 한심한 놈 그렇다고 어떻게 설날을 잊어버릴 수 있어 사실 현우에게 설날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날이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새해가 되면 친척들은 물론 부모님의 지인들이 몰려들었고 현우는 적지 않은 세뱃돈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모든 상황이 변했다 혹시라도 현우가 아쉬운 소리라도 할까 겁났던 걸까 지인은커녕 친척들조차 연하장 한 장 보내온 적이 없었다 사람의 정이라는 게 이렇게나 보잘것없는 것이었나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현우가 허탈함을 느낄 정도였다 나는 아무런 상관없어 어차피 명절 따위 그러나 어머니는 아니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병실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어머니는 아니다 지금까지 평탄한 인생을 살아오셨기에 이런 시기에 느끼는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하나뿐인 자식이라는 놈이 온라인 게임에 미쳐서 새해 첫날에 오후가 되도록 얼굴조차 내밀지 않다니 이런 경우가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이봐요 복도에서 뛰지 말아요 계단을 뛰어 올라가자 지나가던 간호사가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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