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았다한세웅의 시선이 문득 김영

놓았다한세웅의 시선이 문득 김영숙의 얼굴에 머물렀다 동그스름한 얼굴이 추위에 하얗게 얼어 있었다 단발머리 위에 수건을 둘러 썼으나 머리카락에 솜뭉치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공장의 문을 열고 사십대의 사내 한 명이 들어섰다박스 안나오는 거요 추워 죽겠는데 빨랑빨랑 합시다트럭 운전사였다 초저녁에 공장에다 차를 대었으나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자 화가 나 있었다 대기료는 받겠지만 아침 아홉시까지 부산의 콘테이너 야드까지 들어가려면 도중에서 쉴 시간도 없는 것이다박스는 몇 개 나갔어요공장장에게 묻자 그는 대답 대신 털썩 공장바닥에 주저 앉았다 남아있는 물량을 보면 어림잡아 2백 박스는 트럭에 실렸을 것이다 2백 박스를 모두 뜯어서 사이즈별로 제대로 넣어져 있는가를 확인해야 했다한세웅은 노트를 공장장에게 던졌다숫자나 맞춥시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밴딩기가 다시 철컥거리고 아가씨들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박스에 츄리닝을 담았다포장반장과 남자들은 박스를 어깨에 메고 밖으로 나갔다 한세웅도 어깨에 박스를 메고 그들을 따라 나가자 정 사장이 트럭 옆에서 노트를 들고 서 있었다가만 박스 넘버가 1백25번이라그는 박스의 넘버를 찾아 읽고는 노트에 적힌 숫자에 동그라미를 그렸다1백25나마나 어소트가 엉망이란 말요 스몰이 몽땅 들어간 박스가 있다구요트럭 위에 박스를 올려놓고 한세웅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정사장은 입맛을 다시며 대꾸하지 않았다 문 앞에 매달린 삼십촉전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한세웅이 회사에 들어섰을 때에는 여덟시 십분 전이 되어 있었다 일찍 출근해 있는 직원들이 넓은 사무실의 이곳저곳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책상에 앉아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를 마셨다 뜨거운 커피가 아직도 잠이 덜깬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한세웅의 시선이 문득 책상 위의 메모철에 머물렀다1985년 1월 25일의 책상용 일력 위에 갈겨쓴 그의 글씨가 보였다김정구 1월 28일 7시 조선호텔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다 오늘이 1월 28일이었다일찍 나왔군 한 대리민달호 차장의 떠들썩한 말소리가 옆 쪽에서 들렸다차장님 오늘 새벽 세시 반에 정호섬유에서 제품 출하했습니다한세웅이 일어서서 말했다그래 그럼 네고는 오늘 할 수 있겠구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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