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이 있다면 영양가 없는 일들은 금방 잊는다는 것이었다 부끄러운 일 타인에게서 받은 감상적 상처 남에게 사기나 등을 쳤을 때의 죄책감 등은 얼른 지우고는 새 일을 시작해온 조철봉이다 언제까지나 그런 일들을 머리에 담고 있다가는 아무 일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 오후 비행기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최갑중이 옌지에서 할 일이 있다고 해서 혼자 떠난 것이다 물론 갑중이 할 일이란 뻔했다 주도면밀하고 끈기가 강한 갑중은 돈을 더 들여서라도 백주영을 찾아낼 것이었다 베이징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오후에 조철봉은 다시 호치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호치민의 사업장에서 할 일도 있었지만 기분 전환이 주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엔이 있다 수엔은 호치민시 교외의 궁전같은 저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순수했다 순진하다는 표현도 맞을 것이다 과거도 없고 그러니 홍경태같은 거머리도 붙지 않는다 조철봉이 주영한테서 받은 상처는 수엔에 의해 치료가 될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수엔은 기뻐할 것이고 조철봉은 그 활기와 신선한 기운을 거미처럼 빨아들이고는 원기를 보충할 것이었다제 자리가 그쪽인 것 같은데요좌석에 앉은 조철봉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데 다가선 여자가 말했다 한국항공이어서 한국인 손님들이 많았고 여자도 한국인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여자는 싱긋 웃었다하지만 괜찮아요 그냥 계세요그러고는 통로쪽 자리에 앉았으므로 당황한 조철봉이 티켓을 다시 보았다 여자 말대로 자리를 바꿔앉은 것이다 여자가 창쪽 자리에 앉아야 맞다아니 바꿔드리지요조철봉이 서둘러 일어섰다내가 실수했습니다괜찮은데아닙니다 어서그래서 자리를 바꿔 앉았는데 그동안 조철봉은 여자가 30대이며 미모에 세련된 옷차림을 했고 특히 엉덩이의 곡선이 육감적이란 것까지 관찰했다 이런 행운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이다 고속버스에서부터 열차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번의 옆자리 임자가 등장하지만 평생 동안 한번도 이런 경우를 겪지 못한 사람도 많다 조철봉은 어느덧 백주영은 물론이고 곧 만날 수엔까지 다 잊었다 베이징에서 호치민까지는 다섯시간 가까운 비행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의자에 상반신을 기댔을 때 비행기는 힘차게 활주로를 달려가기 시작했다호치민시는 자주 가세요창에서 시선을 뗀 여자가 불쑥 물었으므로 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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