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남자 때문에 도망쳐나왔고 이쪽에서는 남자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뒤쪽의 현관에서는 쥐죽은 듯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서경윤은 홈 비디오폰으로 뚫어져라 현관 밖을 살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이 있는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2층이라서 뛰어내리지도 못할테니 이곳은 감옥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조철봉은 카메라의 초점거리 안으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20분 안으로 온다던 갑중은 정확히 18분만에 나타났는데 사내 두명을 대동했다 그때까지도 계단위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조철봉을 보자 갑중의 치켜뜬 눈에 금방 물기가 괴었다어이구 형님그러고는 이를 악물더니 아파트의 철문을 노려보았다부수고 들어가십시다 이 아파트 명의는 형님으로 되어 있으니까 가택 침입도 아닙니다갑중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언제건 문이 열리겠지 그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렸다가 놈을 잡아라잡아서 주리를 틀까요 아예 연장을 뽑아 버리지요잡아서 집안으로 다시 데려가 그러고 나서 나한테 연락하도록그러자 갑중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사내놈도 지금 열심히 전화질을 하고 있을 겁니다 연줄을 다 동원해서 이곳을 탈출하려고 하겠지요갑중이 머리를 돌려 사내 하나를 보았다애들한테 연락해서 열명만 더 불러들여라 아예 이놈의 아파트를 통째로 들어올릴테니까그때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난 쉬러 갈테니까 연락해라조철봉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새벽 2시반이었다 옷을 벗어던지고 오늘밤 일도 없이 샤워를 두번째 하고나서 소파에 앉은 조철봉은 두다리를 뻗고 눈을 감았다 온몸이 땅으로 가라앉는듯이 피곤했지만 머리는 맑아져서 온갖 생각이 명료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자업자득이다 서경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때 맨 처음에 떠오른 단어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믿지 않았던만큼 상처가 적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서경윤만 믿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역시 아파트에 살림을 차려준 유진경도 마찬가지였고 천사같은 박희선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중국에 있는 3번마담 박영희는 말할 것도 없다 눈을 뜬 조철봉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없이 웃었다 이쪽이 믿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의 진심을 바라는 놈은 멍청한 도둑놈이다 영리한 도둑놈은 도망갈 자리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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