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 대상이 남한이므로 미국은 남한을 북한에게 넘깁니다 지난번 도 그러했지만 주체국인 남한 정부는 이번에도 회담에 참석하지 못 했습니다 나는 외교관의 한사람으로 이러한 상황에 비애를느낍니 다 그러고 난 조민섭이 온 얼굴을 주름살 투성이로 만들면서 웃었다흰 이가 몽땅 드러났으나 바로 앞에 앉은 안톤은 그의 늙은 얼굴이 어쩐지 처참해 보였다 몇 명의 기자가 따라 웃다가 그쳤고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친애하는 여러분 이것이 미국의 실체입니다 냉전 시대에 인권 과 인도주의를 부르짖던 그들은 이제 경쟁 상대가 힘을 잃자 진면목 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 나는 오늘 미국의 실체를 말씀 드리고 북한과의 투쟁을 선언하려고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점점 굵어져 가던 조민섭의 목소리가 격렬한 외침으로 끝났을 때 누군가가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입니까 그러자 조민섭이 머리를 숙이고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258 밤의 대통령 제3부 I 여러분 잘 보시고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내가 드린 말씀을 기억해 두시오대한민국에는 나 같은 국민이 꾸린 5백만이나 있 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는 연단 위에 놓인 종이를 뒤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곧 한 손에 무엇인가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안톤의 및자리에 앉은 독일 기자가 와락 안톤에게 몸을 부 딪쳐 왔다 머리만을 안톤 뒤로 감추는 것이다 눈을 부릅뜬 안톤은 조민섭이 쥐고 있는 권총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회견장은 아수라장 으로 돌변했다 플래시가 쉴새없이 터지고 서로 누군가를 부르고 대답했는데 한쪽 으로 밀려나가는 사람들과 사진을 잘 찍으려고 밀려오는 사람들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여러분외교관으로서 주권 잃은 외교를 한 데 대해 책임지려고 나는 이곳에 왔습니다 조국에 남은 4천 5백만 동포에게 권총을 들어 오른쪽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붙인 조민섭이 말했다뒤쪽에 앉은 세 명의 사내들은 입을 벌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 플래시의 불빛에 싸인 조민섭이 회담장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 선이 훌고 내려가자 회담장은 다시 순식간에 고요해지고 있다 기다 림이다 안톤은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들고 있던 카메라를 그를 향해 겨누 었다 렌즈 안에 그의 얼굴과 총이 드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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