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흙탕물 바닥을 두드리고 있다 그의

주먹으로 흙탕물 바닥을 두드리고 있다 그의 옆에는업무 과장 이일섭이 우두커니 서 있었고 동네 사람들이 둘러서서 그를 내려다보고있다 뒤쪽에서 구경하던 젊은 남녀 한쌍이 키득거리며 웃다가 김영남과 시선이마주쳤다 김영남은 안일제에게 다가갔다아이구 사장님그를 발견한 안일제가 흙탕물에 범벅이 된 손으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었다그리고는 다시 소리내어 울었다아이구 사장님 죄송합니다 아이구일어나짧게 그가 말했으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아이구 씨발 하느님도 무심하시지그의 다리에 얼굴을 부비면서 그가 악을 쓰듯 외치며 다시 울었다야 이 자식 일으켜 세워라주먹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이일섭에게 소리치듯 말하자 이일섭이 놀라 허리를숙이고는 안일제의 어깨를 잡았다자재과의 미스터 임이 다가왔다아 씨발 구경거리 났어 안 비켜 안 비켜 날 거야그가 두 주먹을 움켜쥐고 동네 사람들을 향해 악을 썼다 아이롱반 반장인 고 씨가다가왔는데 그의 목에는 전화기가 대여섯 대 매달려 있었다 줄 채로 전화기를 떼어내서 목에 걸고 있었으므로 그의 상반신에는 하얗게 감긴 전화선과 대여섯 개의전화기가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다 다시 아이롱 조수인 김 군이 재단자를 휘두르며아우성을 치자 구경꾼들은 멀찍이 물러났다10여 명의 직원들이 김영남을 바라보며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거지꼴이 된 안일제가아직도 딸국질을 했다안 차장쨍쨍한 목소리로 김영남이 안일제를 불렀다운다고 불타 버린 제품이 되살아나냐 이 병신 같은 놈아안일제가 불끈 머리를 들었다정리를 해 불타 버린 것은 놔두고 직원들에게 원단 부자재 제품 기계 각기분담시켜서 정리를 하고 손실을 파악하도록 해직원들이 잠자코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공장의 안쪽에서 갑자기 붉은 기운이뻗치더니 수백 개의 불꽃이 빙글거리며 하늘 위로 떠올랐다 호스의 물줄기가 곧장그쪽으로 뻗쳐지자 불꽃은 사라졌다나는 호텔에 들어가서 한숨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올테니까 그때까지 파악해놓도록 해 알았어안일제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이일섭이 분주하게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연락이 되었는지 직원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공장의 여직원들은 현장에도착하자마자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다 둘씩 셋씩 부둥켜안고 울어대는 무리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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