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윤이 테이블 앞에 섰을 때 수사관이 눈을 둥

서경윤이 테이블 앞에 섰을 때 수사관이 눈을 둥그렇게 떠보였다아니 웬일이십니까어떻게 되었지요경윤이 되묻자 수사관은 무슨 말이냐는듯 이맛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되다니요 오늘 오전에 구치소로 이송되었어요 서류도 검찰로 넘겼고 이제 경찰서에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순간 경윤의 얼굴이 굳어졌다아니 그러면 김변호사가김변호사인지 강변호사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외면한 수사관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변호사가 백명 나타나도 합의하지 못하면 형을 살아야 될겁니다경찰서를 나온 경윤은 길가 건물의 그늘에 서서 길게 숨을 뱉었다 김동일 변호사는 끝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있다는 조철봉은 물론이고 최갑중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고립무원의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조철봉이 약속한대로 종학을 구해줄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윽고 그늘에서 나온 경윤은 택시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철봉에 대해 화가 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만 해준 것도 엄청나게 도와준 셈이었다 택시 정류장에는 대여섯명이 기다리고 서 있었으므로 경윤은 뒤쪽에 섰다 그러자 다시 긴 숨이 뱉어졌다 아파트는 조철봉 소유여서 담보로 잡혀있지 않았지만 들어갈 상황이 못되었다 당좌 3억만 메우면 될줄 알았는데 부도가 나자 연달아서 어음과 당좌가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해도 8억5천이다 아파트 앞에는 빚쟁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므로 경윤은 영일이를 데리고 몸만 빠져나와 지금 친구집 문간방에서 기식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경찰서앞 택시 정류장에는 좀처럼 빈택시가 오지 않아서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후 4시였지만 태양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거의 한달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서 거리는 먼지로 꽉 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죽어버리고 싶어경윤이 앞에 선 여자의 살찐 등판을 노려보며 입술만 달삭이면서 말했다다 귀찮아 그냥 팍 죽고싶어그러자 영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철봉의 자식이다 요즘은 미운짓을 많이 해서 정도 조금 떨어졌지만 자식은 역시 삶의 희망이다병신같은 놈그 순간 저절로 욕설이 뱉어졌고 앞에 서있던 비만 체격의 여자가 머리를 돌려 경윤을 보았다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경윤은 외면한 채 어금니를 물었다 갑자기 종학에 대한 원망이 터져나온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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