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함의 깃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다 

기함의 깃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다 놈들의 배 모양이 이상합니다 옆에 서 있던 부사령 오마르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갑판 위가 말끔하게 비워져 있는데다 앞 부분이 솟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스반도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배가 가볍게 되었다 아스반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그래서인지 속력이 훨씬 빠르구나 그때 갑판 위에서는 갑판장 야리크가 짜증을 내는 중이었다 바문 뭘 꾸물거리는 거냐 붉은 쌍깃발을 어서 꺼내라 등을 돌린채 깃발함에 몸을 숙이고 있는 바문에게 야리크가 목청을 높였다 서둘러 이 궁벵이 놈아 그 순간 몸을 돌린 바문이 빙긋 웃었으므로 야리크는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바문이 손에 쥔 것이 깃발이 아니라 번쩍이는 단검이라는 것을 보았다 아니 야리크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와락 달려든 바문의 단도가 가슴을 손잡이 부근까지 깊숙하게 찔렀기 때문이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야리크가 넘어졌을 때 바문은 깃발함을 통채로 들고는 난간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바닷속으로 깃발함을 던져 넣었다 이제 제2함대의 기함 하이산호는 전 함대에게 아무런 지시를 내릴 수가 없게 되었다  초조하게 깃발 신호를 기다리던 함대들은 하이산호 마스트에 걸린 흰색 바탕에 푸른색 줄이 쳐진 깃발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항구로 귀항한다는 신호였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사령관 아스반이 발을 구르며 다시 소리쳤을 때 갑판으로 달려 내려갔던 기함의 부관이 흠씬 젖은 몸으로 사령실로 들어왔다 눈을 치켜뜬 부관이 아스반에게 소리쳐 보고했다 사령관 각하 깃발 담당 갑판장과 조수가 사라졌소이다 그리고 부관이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깃발함이 없어졌소이다 무엇이라고 악을 쓰듯 되물었던 아스반이 잠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부사령과 참모들을 둘러보았다 적선이 1리 거리로 다가왔소이다 항해장이 소리쳤을 때 아스반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대포를 쏘아라 그리고 깃발을 찾아 마스트에 걸어라 그 마스트 줄도 끊겼소이다 부관이 더듬대며 말했을 때 아스반은 주먹을 휘둘러 얼굴을 쳤다 끊긴 줄을 이어야 할 것 아니냐 아스반의 20년이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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