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은 어느 한쪽의 입장만 편들어 장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양쪽과 다 거래를 하고 거래의 비밀을 양쪽에 지켜줄 작정이었다다음날 아침 아홉시 정각에 실비아가 찾아왔다 기다리고 있던 한세웅은 샘플이 든 트렁크와 서류 가방을 들고 나왔다 실비아가 손을 내밀어 서류 가방을 건네받았다호텔 앞에서 택시에 올랐다 오늘의 실비아는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흰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긴 소매의 상의는 몸에 딱 맞아서 허리와 어깨의 곡선이 드러나 보였다 무릎 밑을 덮은 치마 밑으로 그녀의 날씬한 종아리가 보였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맨살이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화장을 하지 않았으나 윤기가 흘렀다 입술의 갈라진 틈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아랍어로 말하자 차는 출발했다 무하마드가 준 명함을 보여주었으므로 그녀가 말한 곳은 무스타마의 사무실일 것이다 택시는 파괴된 건물들 사이로 곡예를 하는 것처럼 빠져 나갔다 행인들은 한가하게 길을 걷거나 지나치는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 위에서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문드문 총소리가 들렸으나 한가로운 행인들을 보노라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서너 명의 무장한 사내들이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검붉은 아카보 소총과 기다란 로켓포를 들고 있었는데 농사꾼이 농기구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옷차림도 얼굴도 농사꾼이었다 택시가 속력을 줄이더니 멈춰섰다 대여섯 명의 무장한 사내들이 얼굴을 차창 안으로 들이밀었다 실비아가 아랍어로 그들에게 말하다가 한세웅을 돌아보았다패스포드를 보여 주세요한세웅이 패스포드를 꺼내어 손을 내민 사내에게 건네주자코리아사내가 한세웅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렇소남쪽이요 북쪽이요남쪽실비아가 다시 아랍어로 말했고 사내는 마지못한 듯 여권을 돌려주었다 택시는 그들을 뒤로 하고 다시 달렸다무지크파예요 당신이 무스타마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어요실비아가 말했다택시는 우중충한 건물들 사이로 들어서더니 다시 무장한 사내들 앞에서 멈춰섰다 이번에는 수십 명의 사내들이 중무장을 한 채 모여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빌딩 정문의 좌우에는 모래포대가 쌓여져 있었고 기관총이 그들을 겨누었다 건물의 안쪽에는 장갑차가 두 대 서 있는 것도 보였다다 왔어요실비아가 문을 열고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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