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이 부르시는데 아무리 바쁘더라도 달려와야지요그들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조인구가 단골로 사용하는 영동의 중국음식점이었다 20층 빌딩의 5층에 자리잡은 이곳은 겉으로는 조그마한 음식점으로 보였으나 안은 놀랄 만큼 넓었다 홀도 50평이 넘었고 방도 열 칸이나 되었다 조인구와 두어 번 이곳에서 만난 적이 있는 오영식은 이곳이 그의 비밀회동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돌아가서 요리접시를 내올 때까지 조인구는 오영식이 가볍게 묻는 말에만 대답할 뿐 용건을 꺼내지 않았다 오영식은 그가 신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잠자코 기다렸다오회장님 난 아무래도 올해 안에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조인구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불쑥 말을 던졌으나 대비하고 있던 참이라 오영식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잠자코 조인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움직임을 멈췄다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내 관직생활을 마감하게 되어서 유감입니다저도 그렇습니다 이건 도무지오영식이 상체를 숙이며 그에게 얼굴을 가깝게 대었다지난번에 총재님을 구속시키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군요조인구가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그쪽 입장에서 보면 나는 한세웅 씨와 맥이 통하는 사람이지요 어쨌든 통치권자의 명령을 거역한 셈이 되었으니까명령도 명령 나름이지 경쟁자를 죄도 없이 잡아넣으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이 어디 군사정권입니까오영식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 양반 몇 번이나 살해될 뻔했었고 회사며 사생활이 만신창이가 되었었지요 작년부터 대통령이 이인행이를 시켜서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나만큼 아는 사람도 드물 겁니다조인구가 머리를 끄덕였다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지요 중국과 결탁해서 암살대를 보내는 일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이런 때에 그만두시면 안 되는데오영식은 이맛살을 찌푸렸으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조인구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KCIA의 부장은 함부로 교체시키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조인구와는 여러 번 접촉해 보았지만 한번도 치우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의 행동에는 국익이 우선이었고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었으므로 항상 중도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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