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방금 잠에서 깨셨습니다 간호원이 두 손을 흰

장님 방금 잠에서 깨셨습니다 간호원이 두 손을 흰 가운 앞에 모으며 말했다응 수고했어요 김 선생 가보실까요 전 원장을 따라 김범우도 일어섰다 실금이 간 백자항아리에는 작년처럼 송이가 작은 보라빛 들국화들이 구름덩이처럼 풍성하게 꽂혀 있었다 어르신 접니다 서울에서 둘째아드님이 내려왔습니다 전 원장이 나직하게 말하며 일본식 문을 옆으로 밀었다 아닙니다 그대로 눠계십시요전 원장이 팔을 들며 말했고 그 겨드랑이 사이로 몸을 일으키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김범우의 눈에 들어왔다 아버님 그냥 계십시오 접니다 김범우는 아버지 엎에 무릎끓어 앉으며 말했다 그래 먼 길 멀라고 이리왔냐 일어나기를 작파한 김사용은 아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김범우는 아버지의 모습을대하는 순간 가슴이 섬뜩해지는 긴장을 느꼈다 여윌대로 여윈 아버지는 전혀 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살이라고는 없는 얼굴에 저승꽃이 부쩍 늘어나 있었다 정말 일당할 뻔했다는 것을 다시 느껴야 했다 전 원장님한테 경과는 들었습니다 좀 어떠신지요 이만허먼 다 나았다 전 원장님이큰 애럴 쓰시고 말고 그래 공부는 어찌 자리가 잽혔냐 예에 그냥 그만합니다 김범우는 이 짧은 대답이 목에 가시로 걸려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이학송의 알선으로 통신사에나가기 시작한 것이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 세상이 이리 갈피를 못 잡게 어지러울수록 짖중해야 하니라 니 어무니는 뵈었냐 아닙니다 역에서 바로 이리 왔습니다 되었다 날 봤으니 인자 어무니 가서 뵈어라니럴 봐야 맘을 놀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스치는 걸 김범우는 보았다 그 웃음이 아버지의 안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 커나는 것이 오뉴월하루볕 다르고 노인네 기력 쇠하는 것이 하룻밤 새 다르다는 말을 김범우는 실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여 가봐 어무니 애탄다 예에 그럼 일어나겠습니다 김범우는 두 팔로 방바닥을 밀며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가슴에 가득한 우수가 몸을 무겁게 눌렀다 어르신 마음 편히잡수시고 잠이 오는 대로 많이 주무십시오 회복에는 잠이 약보다 훨씬 좋습니다 전 원장이 요 밑에 손을 넣어보고 일어섰다 아버님이 어디 다른 데 이상이 있으신 건 아닙니까 긴 마루를 걸으며 김범우가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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