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렸다 북문의 수비 군관 하나가 겨우 말을 달려왔사온데 그 때였다 바로 궐 밖에서 땅을 울리는 말굽소리가 울리더니 순식간에가까워졌고 궐 안의 소란이 이쪽까지 들려왔다 그리고는 승지 하나가 뛰어들어 왔으므로 세조의 얼굴도 긴장으로 뻣뻣해졌다 궐 안은 이제 고함과비명 그리고 말굽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번 승지는 이미제정신이 아니었다 전하 적의 침입이오 어서 피하시옵소서 악을 쓰듯 승지가 외쳤을 때 한명회가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앞쪽 문짝이 부숴져 떨어지면서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모두검정 색 가죽갑옷 차림에 투구를 썼는데 처음 보는 무구였다 그래서 더 위협적이었고 모두 칼을 빼 들어서 살기가 등천했다 이 이봐라 한명회가 겨우 입을 떼었지만 목소리가 목젖에 걸린 듯 제대로 뱉어지지않았다 무릎을 꿇라 앞장 선 사내는 가슴에 백자가 수놓인 가죽을 붙인 것이 장수 같았다 그가 칼끝을 한명회와 세조에게 겨누었다 무서운 형상이다 단칼에 베어 죽이기 전에 모두 무릎을 꿇라 장수가 다시 고함을 쳤을 때 한명회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장수의 시선이 해양대군과 세조에게로 옮겨졌다 그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냥 앉아있었던 것이다 조선 왕도 무릎을 꿇지 못하겠는가 칼을 치켜 든 그가 한 걸음 다가서며 소리쳤을 때였다 세조는 장수의 뒤쪽에서 나타난 일단의 장수들을 보았다 가슴에 백자를 붙인 자도 있었고 천자도 있었다 조선 왕을 끌고 대전으로 가라 천자를 붙인 장수가 차가운 시선으로 세조를 보면서 지시했다 폐하께서 그곳에 계신다 한식 경쯤이 지난 후에 대전에는 궐내에 있던 백여명의 신하와 세조와 세자까지 모두 모였다 이미 조선 왕실은 대 금 군의 기마군 3000의 기습을받아 모두 포로 신세가 되어있는 것이다 궁 안팎에는 기마 군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터라 소란은 가라앉았다 그러나 궐내에까지 기마 군 순찰이 오가고 있어서 살벌한 분위기였다 이반은 어제까지만 해도 세조가 앉았던 왕좌를 치우고 나무 걸상을 놓고앉아 있었는데 가죽 갑옷에 가죽 장화를 신은 차림이었다 그가 앞쪽에 꿇려 앉아있는 세조를 내려다보았다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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