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서 일어선 그는 주방으로 다가가 가스렌지의 불을 켰다내일 오전에 박재호는 알리를 만날 것이다 알리는 지금 김영남이 자신을무시하였다고 단단히 화가 나 있는 참이다 그리고 김영남이 아지크에게만 건네준신제품에 대해 알아내려고 안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 자신의 소개로박재호가 똑같은 샘플을 들고 나타난다 아마 알리는 아지크와 비슷한 수량으로오더를 할 것이 틀림없었다홍성구는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김치찌개가 국물이 적은 것처럼 보였으므로수돗물을 받아 한 컵쯤 더 부었다박재호가 2백50만 불의 오더를 하면 수수료만 7만5천 불이다 한화로 6천만 원이되었다 진일의 제품으로 알리는 아지크를 견제하면서 신제품을 팔아 이득을 챙기게된다 박재호의 진일무역도 마찬가지이고 자신 또한 이렇게 김치찌개만 해먹는보상을 받는다 홍성구는 국자를 들고 엉켜 있는 김치 덩어리를 휘저어 풀었다제일 중요한 것은 세영무역과 알리와의 갈등을 없애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상황으로 계속 나갔다가는 알리는 틀림없이 6월 선적분부터 트집을 잡았을 것이다선적서류의 글자 한자만 틀리게 타이핑되어도 그것을 꼬투리로 제품 못 받겠다고하면 생산자는 벼락을 맞는다 미리 얻어다 쓴 생산자금과 무역금융 은행은가차없이 자금회수를 요구하는 것이다홍성구는 내일 알리한테서 세영무역의 추가오더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알리는이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세영과의 관계를 유지시킬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진일무역의 오더를 받아도 좋다 박재호의 체면을 세워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홍성구는 찌개가 부글거리기 시작하였으므로 가스불을 줄이고는 밥통의 뚜껑을열었다 아침에 해 놓은 밥이어서 색깔이 조금 누렇다 그는 밥그릇에 밥을 담았다박재호가 갑자기 제다에 나타났을 때는 정말 놀랐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끌어들이려고 갖은 이야기를 했을 때에도 얼떨떨한 상태였고 마음을 정하지못했었다그날 박재호가 도착한 날에 사장의 집에 전화를 했을 때 김영남이 집에 있었더라면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때에는 박재호의 제다 도착과 그가 한 말을 모조리보고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망설이다가 결국은 이렇게 되었으나 후회는 없다어쩌면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박재호를 기폭제로 하여 터져 나왔을지도 모른다홍성구는 찌개와 밥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냉장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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