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안보이는 것이 다행이었다어머 웬일이세요놀랬습니까네 조금나 지금 아파트 앞에 있습니다어머나또 놀래요그러면서 한세웅은 소리내어 웃었다더운데 바람이나 쏘입시다잠깐만요 제가 나갈께요아파트 앞에 와 있다는데 시간이 어쩌구 장소가 저쩌구 할 필요도 없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는 김명화를 김명철이 노려보고 있었다 라면은 국물만 남아 있었다한세웅은 아파트 입구를 나오는 김명화를 바라보았다 흰색의 티셔츠에 역시 흰색의 풍성한 바지 차림이었다 맨발에 하얀 샌달을 신고 있었다 긴머리가 어깨 위에 서 출렁거렸다 아름다웠다김명화가 그를 향해 웃자 하얀이가 반짝 빛났다 햇볕에 눈이 부셨으므로 한세웅은 가늘게 눈을 뜨고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시차를 두었으므로 김명화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계산했던 시간보다 이틀쯤 더 여유를 두었던 것이고 지금쯤은 조바심을 치고 있어야 정상인 것이다 초조해졌다가 불안해질 시점에 난데없이 나타나 놀라게 하면 감동시킬지도 모른다는 계산과 기대를 했었다 김명화가 다가와 그의 앞에 섰다 웃는 얼굴이었다 갑자기 한세웅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목이 메었으므로 침을 끌어모아 삼킨 그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밤바람이 그들을 스치고 지났다 강을 훑고 지나는 바람이라 엷은 물냄새가 났으나 유람선의 기름과 도시의 매연 냄새도 묻어 있었다 그들은 선착장에 매어 놓은 수상식당에 앉아 어두운 강과 건너편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김명화의 시선이 한세웅에게 다가와 부딪쳤다 편안한 표정이었다 식사를 마친 아늑한 포만감과 기분좋은 피로를 즐기는듯 의자에 깊숙히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앞으로 어떡하실 작정이세요손을 뻗쳐 물잔을 집어 든 김명화가 말했다듣고 싶어요발리섬의 호텔 매입 건 말입니까한세웅이 차분하게 물었다그것도 그렇고한세웅은 잠시 그녀가 들고 있는 물잔을 바라보았다물론 호텔 매입 건은 지금도 알아보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으로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나는 젊고 모든 가능성이 내 앞에 보이는 지금 나는 쉽사리 만족하지도 그리고 단념하지도 않습니다늦은 시간이었으므로 식당에는 두어 팀의 손님만 한가롭게 앉아 있을 뿐 조용했다 뒷쪽의 강변도로를 질주해 가는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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