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색깔에 어울리는 짙은 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키가 큰 쪽은 금테안경을 쓰고 있었으므로 김명화의 눈에는 수완 좋은 세일즈맨같이 보였다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박사님명함을 내밀며 금테안경이 말했다이렇게 멋진 집은 처음입니다 훌륭하군요그가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김명화는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한국외무부의 연구관 심영훈이라고 적혀 있었다저는 연구관님을 모시고 온 박선홍입니다벌어진 어깨에 눈매가 또렷한 사내가 머리를 숙였다제가 영사관으로 찾아가서 뵈었어야 했는데 바빠서요그들을 안내하여 응접실의 소파에 마주앉자 김명화가 말했다아니 천만에요 저희들이 방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제는 시민권까지 받으셔서 미국시민이 되셨는데심영훈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한국영사관이나 관리들은 더 이상 김박사님께 불편을 끼치지 못합니다괜한 말씀이세요 불편이라니요가정부인 카리나가 쟁반에 커피와 홍차 주전자를 날라 왔다한국분들 만난 지도 오래되었어요 제 친구 외에는 만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잔에 커피를 따르면서 김명화가 말하자 심영훈이 머리를 끄덕였다학교도 쉬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나 충격을 받으셨겠지요김명화가 손을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충격이라구요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어요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혼이란 어차피 실패한 결혼을 뜻하는 것이니까요 미화시켜서 이야기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부드러운 말투였으나 어떻게 해석하면 신랄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명화의 가슴은 뜻하지 않게 개운해졌다 송금순의 백마디 위로와 상대방에 대한 험담보다 그의 말 몇마디가 오히려 그에게 위안이 되었다그래요 그래서 자숙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것저것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아요영숙이가 보고 싶으시겠군요심영훈이 다시 말하자 김명화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절 만나러 오신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네 지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영숙이가 보고 싶으시냐고 물었습니다만심영훈이 다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저희들은 그 일 때문에 왔습니다한국으로 모셔가고 싶습니다 짐만 꾸리시면 됩니다저한테 그런 호의를 베푸시는 이유가 있겠죠물론이지요 우리는 당신을 도와드리고 싶습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