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로 뭉쳐진 날카로운 칼이 뒤에서 등줄기를 찢어버릴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카르멘도 가엾은 사람이었다 라파엘 같은 남자를 사랑한 나머지 느닷없이 나타난 라이벌에게 그를 빼앗겼다고 굳게 믿고 있을 테니까 아나리자도 벤치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길수가 없었다 게다가 건드리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서서히 눈을 뜨며 깨어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그녀가 테라스에 도착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라파엘이 계단을 내려와서 그녀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이건 연기야 라고 아나리자는 자기 감정을 억제시켰다 모두들 걱정하고 있었소 라파엘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서 크고 안락한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자기는 테라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난간에 적당히 걸터앉았다 안젤라 말에 의하면 꽤 일찍 나간 것 같던데 미안해요 걱정을 끼쳐 드려서요 벤치에 앉아 잠시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 깜박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 때 아나리자는 카르멘과 시선이 마주쳤다 일부러 그녀를 피하고 있었는데 아무 일 없었소 얼굴이 창백한데 라파엘이 그녀의 귓전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아뇨 아무 일 없었어요 태연히 대답하려고 했지만 자기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아나리자는 알고 있었다 카르멘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이렇게 동요되다니 정신 똑똑히 차려 아나리자는 자신을 향해 경고했다 돈 호세가 갖다 준 와인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마리아 고모가 왔다 자 이제 식사를 시작하자꾸나 아침에 식사하던 그 둥근 테이블에 식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밤에도 아나리자의 자리는 돈 호세 옆이었다 또 한쪽 옆에는 라파엘이 앉았다 카르멘은 마뉴엘과 하이머 사이에 끼어낮아 그 두 사람을 상대로 무언지 열을 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나리자가 보기에는 라파엘의 질투심을 불러 일으키려고 하는 계략 같았다 그걸 눈치채고 있는 건지 아닌지 라파엘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마리아 고모와 돈 호세는 먼저 본채로 돌아갔고 그 뒤로 하이머와 훌리아도 산보하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카르멘도 산책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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