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스웨터 차림이었다 검정색의 풍성한 바지를 입고 손에는노란색 장갑을 끼고 있어서 제과점 안이 환해진 느낌이었다오늘은 한가한 모양이네 이런 시간에 날 불러내다니제과점 벽에 걸린 요란스런 뻐꾸기 시계가 오전 열두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래 난 요즘 한가해최진규가 깨끗하게 다듬은 턱을 쓸었다어때 괜찮다면 요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이나 같이 하자 내가 살 테니까무슨 일 있어 오희주는 예민한 여자이다 그리고 3년 가깝게 서로 사랑했다고 믿어 온 사이였다금방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일은 무슨 일 나도 앞으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자 멋진곳을 안내해 네가 잘 알테니까그들이 찾아 들어간 곳은 근처에 있는 아담한 경양식집이었다 열 평도 되지 않는조그만 식당이었으나 실내 장식이 깨끗하고 예뻤다 오희주는 이런 곳의 음식이맛있다고 지금도 믿는 모양이었다스테이크를 시키고 난 오희주가 팔로 턱을 고이고 앉아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이렇게 만나는 것쯤은 괜찮아 자주 만날 수도 없을테니까 그리고 내 입장이나감정상태도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고그녀의 짙은색 눈동자 속에 희끗하게 들어가 있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얼굴일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마주앉아 있으니까 좋네그의 시선을 받고 눈을 깜박이면서 오희주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화장기가 없는 탄력 있는 피부가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수없이 그의 입술이부딪쳤던 곳이다회사 일은 잘돼 스테이크가 날라져 오자 나이프를 들며 오희주가 물었으나 그냥 지나가는 인사였다머리를 끄덕이며 최진규는 잠자코 고기를 썰었다늦은 아침을 먹고 나온 터여서 식욕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경양식집이었으나 점심 손님은 그들 둘밖에 없었다 저녁에 젊은 남녀가 만나는장소로는 적당한 곳이었다 실은 나 회사에서 정직처분을 당했어식사가 끝날 때쯤 포크를 내려놓으며 최진규가 머리를 들었다3개월 정직인데 아무래도 3개월 후에는 해고당할 것 같아아니 왜 두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움켜쥔 채로 오희주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입술이 반쯤 벌어져 있었다공장 관리를 소홀히 했어 그래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지최진규가 그녀의 짙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그 공장은 세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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