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윽고 그 암소가 1미터 정도 앞에서 다가왔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윽고 그 암소가 1미터 정도 앞에서 다가왔을 때 그의 망또를 따라 돌진 방향을 바꾸어 굉장한 속력을 내면서 라파엘의 허리 옆으로 빠져 나가버렸다 그러자 라파엘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암소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망또를 팔에 걸치고 아주 태연한 자세로 투우장을 가로질러 걸었다 소가 뒤쫓아 오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 여유만만한 퇴장이었다 아나리자는 뒤로 돌아 투우장 울타리에 기대어 섰다가주르르 미끄러지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무릎이 덜덜 떨렸기 때문에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동정하듯 미첼이 쳐다보고 서 있었다 미국 사람이란 정말 가련한 존재군요 하지만 세뇨리따 저 사람의 신부가 되려면 투우에도 익숙해져야만 해요 아나리자는 콧등에 주름살을 지으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고 미첼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내어 웃었다 다음 것도 볼 거죠 그만 두겠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심장이 파열해버릴 것 같아 부탁이니 제발 또 봐요 네 정말 보고 싶지 않아 제발 제발 더 구경해요 빨리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해줘요 그래 알았어 또 보기로 하지 결국 아나리자는 그가 하자는 대로하기로 했으나 미첼이 왜 그렇게까지 다음 투우에 얽매이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소년은 너무도 기쁜 듯 아나리자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고마워요 그럼 나 이제 가봐야 해요 미첼은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더니 북적대는 인파 사이를 뚫고 민첩하게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아나리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 아침이 훌리아가 말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미첼은 순진하고 머리도 좋은 듯 했다 그런데도 그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미첼같은 아이는 아주 조금만 이끌어 주면 더 멋진 인생을 손에 넣을 수가 있을 텐데 조금이나마 그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검은 그림자가 앞을 가로 막아섰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요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화난 목소리 라파엘 아니리자는 서서히 눈을 들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투우용 부츠가 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은 팽팽한 넓적다리와 긴장된 허리 그리고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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