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배가 오수경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저녁 6시 반경이었다 통상 사용하는 휴대폰을 꺼 놓았지만 오수경을 비롯한 극히 제한된 몇 사람만 알고 있는 또 하나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온 것이다[선생님 큰일났어요]오수경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구를 울렸을 때 김은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요즘은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는 것이다[무슨 일이야][저 어떤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서 저를 데리고 파주 산장에 갔어요]금방 얼굴이 노랗게 된 김은배의 귀에 오수경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칼로 죽인다고 위협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사람들은 둘째 아가씨까지 인질로 잡고 끌고 왔어요][경명이까지][예 경명 씨도 잡혀왔어요][그 그래서][죽인다고 해서 파주 별장까지 그리고][다 가져갔어][네][몇 놈이야][네 명인데 자기들 회장님을 죽이려고 했던 보복이라고 했어요][][그리고 그 돈을 갖고 외국으로 떠난다고 했는데][알았어 그런데]길게 숨을 뱉은 김은배가 눈의 초점을 모아 앞쪽을 보았다[경명이는 지금 어디 있어][같이 묶여 있다가 조금 전에 헤어졌어요 저는 지금 파주 시내에서 전화를 하고 있어요][혼자 돌아갈 수 있겠어][무서워서 오늘은 엄마한테 갈게요][알았어]전화기를 내려놓은 김은배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박태홍인 것이다 이쪽에서 전화도 받지 않자 김경명과 오수경을 찾아내어 비밀금고를 털어 간 것이다 이제는 비자금도 한 푼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이를 악문 김은배는 시선을 들었다 비밀금고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놈은 윤우일일 것이다 박태홍에게 잡힌 그놈은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았다 고문을 당했을지도 모르지만 대가 약한 놈이다밤 8시 반이면 사당동의 먹자골목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도 없다 사람들을 헤치고 먹자골목 앞까지 다가선 김경명은 겨우 숨을 돌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10대와 20대 청년들이어서 분위기는 밝고 활기에 차 있었다 [어때 정신이 드는 것 같지 않아]옆에서 누군가가 소리쳐 말했다 김경명은 머리를 돌리고는 웃었다 윤우일이 어느새 옆에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저 겁없는 젊음을 보라구]바짝 붙어선 윤우일이 턱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그들 앞으로 서너 명의 남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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