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던 배기용이 말했다[보통 벤츠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소나타를 타고 나왔습니다 겸손을 떨려는 것이지요]30대 후반의 배기용은 간통 현장 덮치기 전문이었으니 이번 일은 누워서 숨쉬는 것처럼 수월했을 것이다 윤우일이 머리를 끄덕였다[오늘은 됐습니다 내일 다시 연락드리지요][그럼 이 자료는 가지시고]배기용이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네주었다[말씀하신 자료는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럼 이만]배기용이 휘적이며 사라지자 윤우일은 난간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이제는 난간의 창살 사이로 박동진과 최영채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활짝 웃고 있었는데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너 어디 아프냐]오 여사의 물음에도 침대에 누운 김경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맛살을 찌푸린 오 여사가 침대 끝에 앉았다[너 무슨 일 있어][없어]김경명이 귀찮다는 듯 시트를 당겨 얼굴을 덮었다 오 여사가 시트를 걷어내며 물었다[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누워만 있고 도대체 왜 이래]오 여사의 목소리가 높아져 있었다[너 미스터 장하고 싸웠니][싸움은 무슨][그럼 왜 전화도 안 받아][귀찮아서][아휴 내가 속이 터져서 어서 죽어야지]오 여사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넋두리를 시작했다[딸 하나 남은 것이 날이 갈수록 애물단지가 되어가니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꼴을 당한단 말인고][아유 시끄러]마침내 김경명이 상반신을 벌떡 세웠다 머리칼이 헝클어진 데다 잠옷이 벌려져서 가슴이 다 드러나 보였다 김경명이 오 여사를 쏘아보았다[내 여권 내놔][이 년이 또 시작이구나]전의를 굳힌 듯 오 여사의 목소리가 이제는 짧고 굵어졌다[절대로 못 준다 이젠 아버지 망신 못 시킨다][그렇다면 집 나갈 거야][어디 나가 봐라]이런 식의 싸움이 되면 끝이 없다 올해 초에 김경명은 다니던 대학원도 팽개치고 스페인으로 날아가 석 달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김은배는 김경명을 데려오려고 스페인 주재 한국 대사관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결국은 잡지 못했고 돈이 다 바닥이 나서야 김경명은 거지꼴로 돌아왔다그것뿐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에는 음주운전에 뺑소니 사고까지 일으킨 바람에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처리하느라고 합의금이 배나 더 들었다 재작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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