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겠지만 오더를 계약하고 나서는 세영의 김 사장과 나와의 관계는 당분간남남이야 의식하지 말라구알겠습니다김 사장도 그럴 사람이 아니지만 난 빠질테니까염려마십시요박남표는 머리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동창들이 거래관계로 부탁해 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강 세 유형이었다첫번째 유형은 친하지도 않았던 사이였는데도 다가와서 껴안을 듯한 몸짓으로악수를 하고는 커다란 소리로 반말을 지껄이면서 주위를 흘낏거리는 스타일이다실무자들인 부하 직원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유형은 거의 실속이없다고 봐도 되었다두번째 유형은 노련하고 조직 체계를 잘 아는 사람들로서 아래 실무자들부터차근차근 올라오는 스타일이다 박남표에게는 건성으로 인사만 하는 시늉을 하고는실무자 옆에 노상 붙어 앉아 있다 이들의 거래가 성사될 확률은 첫번째보다는높다 그러나 박남표 선에서 결정하게 되면 그때는 어김없이 노였다 그들은틀림없이 실무자들에게 자신과의 관계를 암암리에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박남표의 입장으로는 첫번째 유형보다도 더 꺼림칙한 스타일이었다세번째는 김영남과 같은 유형이었다 거래를 만들기 전에 무언가 박남표가 생색을낼 만한 것을 가져온다 그것이 오더가 되었건 급한 원단이 되었건 한번 선심을쓰면서 박남표와 대등한 입장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쪽에서도 거래 관계를맺는데 부담이 적은 것이다 직원들도 한 수 접어두고 대하게 되는 것은 물론박남표도 생색이 나는 것이다박남표는 화일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담당 중역인 유현구 전무에게구두로 보고를 해야 했다 비자금 문제를 기안해 올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문이 열리더니 오희주가 활짝 웃었다 하얀 이가 반짝였고 짙은 눈썹에 가려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김영남은 손에 든 과일 바구니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새색시 같구나 희주가그녀의 옆을 스치자 상큼한 머리카락 냄새가 풍겼다 헐렁한 스커트차림의 그녀는치마를 펄럭이며 주방으로 들어섰다조금만 기다리세요 저녁 준비는 다 했으니까 찌개만 덥히면 돼요주방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천천히 해저고리를 벗어 걸어 둘 곳을 찾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섰다깨끗한 침대와 구석에는 커다란 경대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경대 옆의 옷걸이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