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으므로 둘이서 큰 길을 찾아야만했다 뒤를 따르는 요시에는 시선을 내린 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겨우 큰 길의 소음이 들리는 곳까지 왔을 때 요시에가 앞서가는 이준석의 옷깃을 잡았다039좀 쉬어요 피곤해요이 근처에 아는 호텔이 있소039민박을 하는 것이 나아요 호텔에는 정보요원들이이준석이 머리를 끄덕 였다그들이 한산의 집과 다를 것이 없는 아랍식 단층집에 방을 잡은 것은 정오가 될 무렵이었다 방은 넓었고 그늘져 시원했지만바닥에 낡은 양탄자가 깔려 있을 뿐 가구라고는 재떨이도 없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요시에는 배낭을 머리에 받치고 모로 누웠다 그리고는 가볍게 앓는 소리를 뱉더니만 곧 고른 숨소리를 냈다 긴장 속의 긴 여행에 지친 것이다이준석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주머니에 든 베레타를 꺼내쥐었다 그러자 가슴이 든든해졌다 믿을 건 이농뿐이다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저 안이다 대사 집무실에는 김호성 대사와 조남훈 영사 외에 파리에서 날아온 또 한 사람의 사내가 있었다 프랑스 대사관의 무관 정필수 대령이었다 김호성이 입을열었다어쨌든 이준석은 살인 용의자로 수배중이오 현역 한국 군인이지만 이곳에선 어쩔 수가 없어요이맛살을 찌푸린 그가 말을 이었다아무리 약혼자가 실종되었다고 하더라도 외국에 나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양국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요이런 말씀 드리려고는 안했습니다만039정필수가 똑바로 김호성을 바라보았다미국은 몇 년 전에 내전중인 보스니아에 조종사 한 명이 낙하산으로 떨어졌다고 7함대와 해병대 사천오백 명을 보냈습니다그들이 지중해에서 시위하고 있는 동안에 조종사는 살아 나왔지요039사복차림이었으나 정필수의 모습은 빈틈 없는 군인이다 해병대령 인 것이다이준석은 무고한 사람을 사살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제가보증합니다하지만 정 대령039039제가 당분간 이곳에서 이준석 사건을 처리하겠습니다 정부와군의 허락도 받았으니까요자르듯 말하자 김호성은 입맛을 다셨다 외교는 군대식으로 맺고 자르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조남훈과 함께 대사 집무실을 나온 정필수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 참았던 분통을 터뜨렸다 상대는 앞에 선 조남훈이다이집트 당국에 실종 수사를 맡기고 가만 있을 수가 있어조영사 당신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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