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을 나가자 집 안은 조용해졌다 학교에서 돌아 온 앙드레는 놀이방에 박혀서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나오지 도 않을 것이다 TV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이곳저곳 눌러보던 박 미정은 곧 스위치를 끄고는 소파에 길게 앉았다 예비학교의 가 을 학기 수강신청을 해놓았으니 그때에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전공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섰다 김상철이 근대리아 에서 탈출한 것을 그녀가 알게 된 것은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쯤 지난 후였다 우연히 한국식당에 들어가 묵은 신문을 들치다 가 사건을 읽게 된 것이다 그후부터는 하루에 한 번씩 식당에 들 렸기 때문에 김상철이 도쿄 우에노의 여관에 묵었다가 다시 잠적 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다 거리에 사람들이 활기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름휴가 때에는 텅 비어 한낮에는 관광객들만 가끔 지나가던 거리였다 이제 여 름이 지나고 가을이다 그녀는 석상처 렇 서서 아래쪽 거 리 를 내려 다보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식당에 들려 신문을 읽고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서 장을 봐오는 것이 요즘의 일과이다 이제는 외출도 하지 알고 집 안에 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다 박미정은 저도 모르게 긴 숨을 내려쉬 218 영웅의 도시 었다 자신은 김상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탈출 보도를 읽었을 때부터 가슴속에 싹튼 생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크고 굳게 자리잡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당 치 않은 상상이며 욕심이라고 스스로를 억눌러도 보았다 이렇게 버 려 두었다가는 상처 만 커 질 뿐이 라는 계산도 했던 것 이 다 그러나 지긍은 상처도 욕심도 나중에 생각할 문제떴다 그의 전화나 또는 만남을 상상하는 것이 요증의 그녀에게는 단 하나의 희망이 었다 수심 에 젖은 얼굴이 야 섹시 한데 이렇게 말한 것은 건너편 건물 4층의 창가에 서 있던 박항석이 다 도로폭이 2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앞쪽 3층 건물의 창가는 손에 닿을 듯이 가까웠다 거기에다 망원경까지 눈에 대 고 있었으니 주근깨 라도 보일 판이다 이봐 커튼을 조금 더 닫아 틈새가 너무 넓다 뒤쪽의 소파에 기대앉은 현민규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박항석 은 커튼을 닫았다 이쪽에 나 있는 창문이 20개도 넘는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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