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슴이 무너졌다 군사를 이끌고 오를레앙으로 남하할 때 자크 백작 같은 놈은 미리 승전기념 무도회를 세번이나 치뤘다는 것이다 그런놈이 태연하게 말도 통하지 않는 야만인 장수의 옆에 앉아 웃음을 띄우고 있지 않은가 부끄럽다고 전해라 통역에게 퉁명스럽게 말한 왕은 어금니를 물었다 이미 생에 대한 미련을 반넘어 버린 것이다 그때 통역의 말을 들은 금국 황제가 눈을 치켜 떴으므로 좌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소리내어 웃던 텁석부리 장수도 웃음을 딱 그치고는 몸을 굳히고 있다 100여명의 장수가 무질서하게 둘러앉아 있는 것 같이 보였는데 황제의 표정이 한번 바뀌자 물벼락을 맞은 듯이 숨소리도 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분위기가 자유롭지만 기강이 엄격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앙리 3세는 난생 처음 보는 분위기였다 그래 낮게 금왕이 말하더니 시선이 우연인지 몽테뉴 백작인 쟈크에게로 옮겨졌다 그대는 누군가 통역을 통해 묻자 쟈크가 벌떡 일어서더니 날렵하게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사교계의 총아이며 뭇 여성의 애간장을 태운 쟈크의 기질이 여전히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소인은 몽테뉴성의 백작 쟝 쟈크 입니다 폐하 그대의 지금 소감을 말하라 대금국의 거대한 위력에 위압당하고 있습니다 폐하 그대의 왕과 나를 비교해보라 달과 별입니다 폐하 쟈크가 열띤 표정으로 이반을 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목소리가 노래처럼 울려나온다 폐하께서는 거대한 달이시며 프랑스 왕은 작은 별입니다 앙리 3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시선을 내렸고 통역의 말을 들은 이반이 빙그레 웃었다 근사한 표현이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머리를 끄덕인 이반이 뒤에선 호시노를 돌아보았다 호시노 저 놈 목을 베어라 머리만 숙여보인 호시노가 쟈크에게 다가갔을 때 쟈크는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반의 명을 받은 시종장이 상을 내리는 줄로 알았던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호시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까지 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호시노가 쟈크의 한걸음 쯤 옆에 와 섰을 때 금군의 장수들은 제각기 술잔을 들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므로 앙리 3세는 물론이고 소피아 왕비 거기에다 올리비에 공작 등도 전혀 다음 장면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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