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웃음을 지은 서인기가 군관 하나를 바라보았다돌막이 네가 지금 말을 달려 방어사 휘하의 판관 유정기 나리를 뵙고 내 서신을 전해라 이제 믿을 분은 그 나리 밖에 없다불린 군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자 서인기가 서신을 건네주었다늦어도 내일 아침 진시까지 이곳에 기마군 200인이 닿아야 한다예 나리군관이 문을 박차듯이 열고 나갔을 때 서인기가 충혈된 눈으로 좌우를 둘러 보았다방어사 영감께서 이곳에 계셨으면 당장에 군사를 풀었을 텐데경상 방어사 안희손은 지금 금귀 토포 사직을 겸하게 되어 한양성에 있는 것이다 그 시각에 관찰사 허시옥은 관저의 밀실에서 야마다와 마주앉아 있었는데 방안 분위기는 무거웠다오늘은 이곳에서 묵으시고 내일 떠나시오허시옥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금위영 부장은 경상 방어사 휘하의 군졸이라도 끌어낼 것이오 그러니 서둘러 돌아가시는 것이 낫겠소어쨌든 폐가 많소이다어깨를 편 야마다가 쓴웃음을 짓더니 술잔을 들었다그는 서인기가 보낸 서신을 관찰사와 같이 읽었던 것이다 서인기가 석골까지 알아 내었으므로 야마다는 서둘러 수하를 불러 석골로 떠나보냈다아마 지금쯤 석골의 왜인들은 모두 짐을 꾸리고 있을 것이었다허시옥이 수염을 쓸어 내리면서 길게 숨을 뱉았다내가 수양의 왕위 찬탈에 한을 품고 있었더니 결국은 반역의 길에 들어선 것 같구려자시가 되었을 때 진주감영 객사의 등불은 모두 꺼졌고 대문 위에 매단 외등 하나만이 어둠 속에 흐릿하게 떠 있었다객사는 감영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래쪽 건물은 창고였고 옆쪽 건물은 마굿간이었지만 모두 깊은 어둠 속에 잠겨져 있었다감영 안의 순시를 도는 포교 둘이 등불을 앞세운 채 건들거리며 창고를 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사위가 짙은 적막에 쌓여 있는터라 마굿간에서 말이 말굽으로 짚을 헤치는 소리까지 다 들려왔다그때였다 창고 건물벽이 떼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더니 검은 물체 넷이 마당을질러 객사의 담장으로 붙었다그러자 대문에 걸린 외등 빛을 받은 네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모두 검은 바지저고리에다 두건을 썼고 등에는 장검을 둘러 메었는데 중앙에 선 사내는 김회였다김회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사내들을 둘러보았다서인기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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