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살을 찌푸렸다 나른하면서 평온했던 아침 분위기가 산산이 깨진 느낌이었다 그날 저녁 하루종일 집 안에서 빈둥대던 오민지는 전화를 받았다 마침 토요일인데다 뉴욕에 인연도 거의 없는 터라 오민지는 오늘 세번째 전화를 받는다 아침의 김신애와 점심 무렵의 아파트 관리인 그리고 지금이다 실례지만 거기 오민지가 영어로 응답했을 때 수화구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로 사내가 물었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어라 오민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쪽이 한국인임을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네 누구신데요 오민지가 한국어로 묻자 사내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저는 강석찬이라고 합니다 신애하고 잘 아는 사이지요 아 네 혹시 거기 신애 있습니까 아뇨 금방 부정한 오민지가 덧붙였다 신애라면 김신애씨 말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분이 제 집에 왜 오겠어요 누가 여기 왔다고 하던가요 아닙니다 그냥 저 그분하고 집 방문하고 그런 사이가 아닌데요 그냥 어학원에서 인사만 나눈 분이에요 아 그러십니까 저 실례지만 제가 바빠서 전화 끊어야 되겠는데요 아 그럼 실례했습니다 오민지는 사내보다 먼저 전화를 끊었다 [오민지 코드] lt90gt 인연 5 TV쇼를 보던 오민지는 문득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리모콘을 들어 소리를 죽였다 그러자 방안이 조용해졌다 밤 10시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오민지는 심호흡을 했다 그런 뒤 베란다로 다가가 유리문을 밀어 열었다 그러자 거리의 소음이 와락 밀려왔다 쏟아지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간 오민지는 서둘러 구석 창고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윗쪽 선반에 놓인 김신애의 가방을 집어든 오민지는 서둘러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베란다 유리문을 닫자 방안에서 자신의 숨소리도 들렸다 가방을 연 오민지는 안에 아무렇게나 집어넣은 옷가지들을 보았다 겉옷과 속옷이 섞여 있었다 대부분 중국산 저가품이었다 오민지는 옷을 집어 탁자위에 놓았다 가방이 금방 비워졌다 안을 들여다본 오민지는 안쪽에 지퍼가 닫혀있는 것을 보았다 손을 가방안에 넣어 바깥 부분을 만져보자 무언가 두툼한 물체가 잡혔다 TV를 보다가 문득 김신애가 맡겨놓은 가방이 떠올랐던 것이다 짐을 옆집에 맡겨 놓았다면서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