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주고받고 있었다밤이 늦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여러분을 뵙자고 한 겁니다박철이 입을 열었다방은 제법 넓었으나 통풍장치도 없었고 창문에는 모두 짙은색 커튼이 내려져 있었으므로 찌는 듯이 더웠다최현이 입을 벌리고 가뿐 숨을 쉬었다사태가 심각합니다박철의 말소리가 사방의 시멘트 벽에 부딪히며 울렸다남조선의 늙은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우리 인민군의 전력이 분산되고 있습니다모두들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인민군은 이미 20만 명이나 안쪽으로 돌려져 있어서 휴전선 근처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는 이산가족이 아니라 남조선 군대도 마음만 먹으면 걸어 넘어올 수도 있겠소둥근 얼굴의 장일호가 입맛을 다셨다 힐끗 장일호를 바라본 박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문제는 수령 동지가 너무 서두르는 탓이요 그리고 보다 큰 문제는 우리가 수령 동지를 믿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장일호가 머리를 들었다 그는 군사부장으로 군사위원회의 서열로 치면 박철의 다음이 된다 아직은 정치국 후보위원이어서 당 내의 서열은 18위였으나 평양 북쪽에 사령부를 둔 수도방위군인 제6집단군 사령관이었다부장 동지 말씀은 이해가 가지만 과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휴전선에 남아 있는 전력만으로도 남조선을 해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말씀은 군에 대한 모욕입니다의외로 박철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옳소 단순히 전력으로 비교하면 그 말은 과장이오 하지만 수령 동지의 요즘 같은 행동에 대해서는 우리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여러분과 상의하고 싶습니다방 안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천장에 달린 형광등 한 개가 스무 평쯤 되는 방 안을 비춰 주고 있었고 한쪽에 쌓여 있는 나무박스가 그림자를 구석으로 드리웠다나는 수령 동지가 CIA와 손을 잡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당비서인 김강남이 입을 열었다 정치국의 상무위원회 정위원이자 비서국의 아홉명 비서 중의 한 사람으로 수령의 대내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그는 수령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미국 기업이 우리 공화국에 진출하고 한세웅이가 CIA의 첩자라고 해서 수령 동지가 CIA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그럼 뭐요인민군 부참모총장인 이백림이 거칠게 물었다 육군대장으로 박철의 심복이다 그는 우직한 성격으로 김정일의 신임을 받고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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