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이곳이 이제 내 집이 아니라니 도저히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가구는 어떻게 됐죠 집과 함께 팔았단다 모든걸 다 네 사랑하는 말 피파도 물론 그러는 편이 오히려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 아나리자의 입에서 씁쓸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건 그럴 거예요 스페인에 가 있는동안 피파를 맡겨둘 곳도 없고 돌아온다고 해도 이제 말같은 걸 기를 여유는 없으니까요 노변호사는 그녀에게로 다가와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가엾게도 요즘은 슬픈 일만 계속되는구나 힘이 되어주실 못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 아나리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렇게 된 것이 아저씨 때문은 아니잖아요 난 이제 괜찮아요 조금 쓸쓸하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안락한 리빙룸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피아노 앞으로 걸아가 건반을 눌러 보았다 문득 어렸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피아노가 치기 싫어 꾀를 부리다가 아버지에게 혼났던 일 그런 아버지가 무서워 마지못해 피아노 연습을 했던 일 그 덕분에 지금은 꽤 어려운 곡이라도 칠 수 있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 집을 비워 줘야 하죠 특별히 그런 기한은 없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만약에 갖고 싶은 것 중에서 스페인에 가지고 갈수 없는 것이 있다면 돌아올 때까지 맡아 주겠다고 하더라 아주 좋은 사람인 것 같군요 아나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해야 좋을 지 어떨지 에머슨은 그렇게만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만 신뢰할 수 있는 상대이기는 하지 요즘같은 세상에 그런 젊은이는 보기 드문 사람이야 어머 젊은 사람이에요 나는 나이먹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젊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집을 선물하다니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에머슨은 해서는 안될 말까지 해버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쨌든 이 집을 산 사람에 대해서는 걱정 안해도 괜찮을 거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집을 소중히 다룰 테니까 그리고 사소한 일은 내가 다 처리할 테니까 집에 대한 얘기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노신사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어젯밤은 어땠니 그 스페인 사람 어떻게 생각했지 어려운 질문이군요 아나리자는 짧게 웃었다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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