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배가 잊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참 그

김은배가 잊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참 그 애 말인데 내 딸 내일 오전에 친구들하고 별장에 가겠다는 거야 그곳에서 파티를 하겠다는데]김은배가 정색하고 윤우일을 보았다[자네가 별장에 있어 줘야겠어 아침에 곧장 그곳으로 출근하라구][알겠습니다]김은배의 지시를 받은 윤우일은 일어나서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는 방을 나왔다김경명은 결행일을 내일로 잡은 것이다 친구들과의 파티는 별장에 가기 위한 구실일 것이었고 아마 시중들 사람으로 자신을 지목한 것이 분명했다 만일 김은배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불러내도 그만이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운 방법이다태성실업은 반도체 제조회사로 올해 초에 경영압박을 받아 채권은행단으로부터 7천억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18퍼센트로 세계 제2위의 반도체 제조업체였지만 작년 말부터 폭락한 반도체 가격과 구조조정의 부진으로 주가는 작년보다 2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 주도의 빅딜에 의해 태성실업이 부채 덩어리인 덕산반도체와 통합을 했던 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구조조정은 무엇보다도 인원감축과 효율적 운영을 시발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성 노조가 지배하는 덕산반도체는 감축에 결사 반대를 했고 조정을 해줘야 할 정부와 노사정위원회가 노조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태성실업측에만 닥달을 했다 그렇다고 법정관리나 부도로 간다면 국민경제에 엄청난 파장이 올 것이 분명했고 그래서 앞으로는 1조 가까운 자금을 지원 받아야 올해를 넘긴다는 경제 기사까지 나오고 있었다윤우일이 역삼동의 거대한 태성빌딩 본관 사옥에 닿았을 때는 오후 2시 40분이었다 대리석이 깔린 로비를 지나 지하 1층의 커피숍으로 들어선 그는 곧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섰다 박길훈 전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금방 전화를 받았다[저 윤 비서인데 지금 커피숍에 있습니다][네 곧 내려가겠습니다]윤우일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짧게 대답한 박길훈은 5분도 안 되어서 커피숍에 모습을 드러냈다 커피숍에는 손님이 두 테이블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도 윤우일을 쉽게 알아보고는 거침없이 다가와 앞자리에 앉았다 박길훈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쯤의 나이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안경알 밑의 눈매가 날카로웠고 얼굴 윤곽이 뚜렷한 호남형이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