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채 한세웅은 한동안 우두커니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낀 채 한세웅은 한동안 우두커니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문이 스르르 열렸다 몸을 돌린 그의 앞으로 동그란 얼굴의 여자아이가 달려왔다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아빠아니 영숙아한세웅은 달려온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쥬리가 들어섰다영숙이가 아빠한테 가자구 해서요그래 잘 왔어영숙이가 차가운 뺨을 그의 볼에 비벼 댔다유치원은 끝났니응한세웅은 그녀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 두터운 털 코트를 걸치고 있었지만 드러난 부분의 살갗은 얼음처럼 차다한참동안 백화점 밖의 놀이동산에서 놀고 왔어요앞에 앉은 쥬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잘했어아빠 장난감 사줘 백화점에서 인형 봤어 이뻐영숙이가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럼 사주지무릎에서 내려온 영숙이는 방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가 창가로 다가가 발끝으로 선 채 아래쪽을 내려다본다영숙이가 어떻게 졸라 대는지이마 위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쥬리가 다시 말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머리를 돌렸다잘 왔어 쥬리영숙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세웅이 말했다자주 데려와 영숙이가 가자고 하면네그들은 한동안 영숙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오영식이 대한무역의 사장실로 들어서자 결재 서류를 읽고 있던 김태수가 머리를 들었다 네모난 얼굴은 혈색이 좋았고 윤기가 흘렀다그러나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했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의 허리는 이제 예전처럼 날렵하지가 않았다어서 오너라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김태수가 웃었다오늘은 내가 한잔 사겠다그래오영식은 소파에 앉아 방 안을 둘러보았다 김태수의 성격대로 가구나 장식이 화려하지 않은 방이었다 책상과 소파가 나란히 있고 벽에는 책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백두산 전경이 찍힌 1997년 2월의 달력이 한쪽 벽에 붙여져 있을 뿐이다형님하고 이야기하다가 늦었어오영식은 탁자 위에 놓인 담배를 한 개비 빼어 물었다자동차 출고 관계로 난 다음 주에 청진에 가야 돼형님은내가 먼저 형님은 며칠 늦게 오실 거야재작년인 1995년 청진에 설립한 자동차 공장은 연산 20만 대의 규모였다 클라이슬러사와 60대 40의 지분으로 합작 투자를 한 것이다이번에 출고될 5인승 스포츠카 에로우는 미국과 유럽의 모터쇼에서 호평을 받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