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영희는 소파에 앉아서도 조철봉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조철봉도 앞쪽에 앉은 영희를 홀린듯이 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영희와 지난번에 섹스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그때가 불과 한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먼 옛날같이 느껴졌다 영희는 고분고분한 것 같으면서도 주관이 뚜렷한 성격이다 짙고 긴 속눈썹을 마치 부챗살처럼 내린 채 아래쪽을 내려다보던 영희가 마침내 시선을 들었다 맑은 흰자에 박힌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조철봉을 향했다저 오신다는 소식을 어제 듣고 오늘 아침에 옌타이를 떠나 이곳에 왔어요들었어조철봉이 지긋한 시선으로 영희를 보았다 그동안 영희는 더 세련되고 성적 매력이 더 강해졌다 전에는 막 물에서 씻어올린 싱싱한 채소같은 분위기가 풍겼지만 지금은 아니다 영희는 이제 무르익었다 닿으면 녹을 것 같이 농염한 모습이 되어있는 것이다무슨 일이야조철봉이 물었을 때 영희가 닫혔던 입술을 열었다저 귀국명령을 받았어요아니 왜놀란 조철봉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높아졌다무슨 문제가 있어제가 결혼을 해야 된다고 해서다시 시선을 내린 영희가 말을 이었다결혼 상대자는 당 간부의 아들입니다알고 지내던 사이야집안끼리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그렇다면 내가 축하해줘야 하나그렇게 물었을때 영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축하 받으려고 영희가 이곳까지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동수에게만 연락해서 조철봉이 투숙할 예정인 호텔에 숨어 있을 리도 없었다 조철봉이 다시 입을 열었다말을 해 그래야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줄 것 아닌가저 결혼하기 싫습니다머리를 든 영희가 그늘진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돌아가기 싫어요안가면 안되나명분이 없습니다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어떻게 도와줘제가 필요하다고 상부에 말씀해 주세요 먼저 김갑수 동무한테그러지 그러면 되나간단하게 승낙했던 조철봉이 영희의 시선과 마주쳤을때 퍼뜩 눈을 치켜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댈 명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이유로는 귀국명령이 내려진 영희를 잡아두지 못할 것이다 조철봉과 시선이 마주쳤으나 이번에는 영희의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내가 어떻게 말해야 상부에서 납득할 것 같나애인이라고 해주세요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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