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서 가끔씩 눈을 깜박일 뿐 움직이지도 않았다이제 에릭이 결혼해서 그의 아름다운 신부인 레베카가 이 집에 들어오면 자신의 위치는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물론 1년에 서너 달을 넘기지 않는 베이루트 생활로 실비아의 가족들에게는 물론 자신 또한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는 연습은 해왔다한세웅은 머리를 들고 베개를 고쳐 베었다 베개를 움직이자 막혔던 코가 뚫린 듯이 엷은 향기가 흘러 들어왔다 익숙한 냄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엷어지고 있었으나 실비아의 체취와 그녀가 바르던 향내였다 이 방은 곧 에릭과 레베카가 사용하게 될 것이다그들은 곧 여섯 명의 자식을 낳을 것이고 어머니는 손자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나는 이제 이 집을 떠날 것이다배이루트에 왔을 때는 전처럼 호텔을 사용하면 된다 한세웅은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얼굴 위로 커다란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있었지만 끝부분에 달린 몇 개의 조각들만 희미하게 보였다 이 집을 떠나면 이제 실비아의 체취를 맡을 수가 없다 그녀의 몸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듯이 그녀의 흔적도 주변에서 없어지게 된다 에릭이나 카말 등은 그녀의 친척이지만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은 고용원일 뿐이다한세웅은 몸을 뒤척여 다시 창문을 바라보고 누웠다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행복했었을 것이라 믿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고 받을 건 받은 것이다햇살이 사무실 안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와 빛살 속으로 떠다니는 조그만 먼지들까지도 선명하게 보였다회전의자를 뒤쪽으로 누이고 앉은 한세웅은 책상 앞에 선 사미르를 바라보았다 흰 털이 반쯤 섞인 콧수염을 언제나 정성스럽게 손질하는 버릇이 있는 사미르가 한 걸음 다가와 섰다 머리숱이 적어 이마가 한결 넓어 보였다 한세웅은 의자를 앞으로 세우고는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자연스럽게 이야기한 겁니다 그쪽에서 묻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았습니다주의깊게 한세웅을 바라보면서 사미르가 말했다그래서 제가 화제를 그쪽으로 유도했지요 그랬더니 금방 달려 붙었습니다한세웅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잘했어한세웅이 머리를 끄덕였다이제 모두들 알게 되었겠지아마 소문이 확인되었겠지요그런가입술 끌을 치켜 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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