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도 보이지 않았다베리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앞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검은 피부에 두툼한 입술이 꽉 다물려 있어서 얼핏 보면 성난 표정같게도 보였다 그는 이디오피아 정부의 후생성 차관으로 원조물품의 취급 책임자였다 엔진 소리가 요란한 탓도 있겠지만 한시간 가깝게 비행하는 동안 그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한세웅은 다시 머리를 돌려 황량한 대륙을 내려다보았다사우디나 쿠웨이트는 이보다 더 척박한 땅이지만 오일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곳은 물도 나오지 않는 버림받은 땅이 되었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계속되는 가뭄 정책의 실패와 관리들의 부패가 겹쳐 있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디오피아 인은 자부심이 대단한 민족이었다 악숨 왕조의 여왕 시바가 예루살렘의 왕자 솔로몬을 만나 잠자리를 같이 했고 그래서 태어난 왕자가 메넬리크 1세로서 전의 셀라시에 황제의 선조라고 그들은 말한다1936년부터 41년까지 이태리의 통치로 그들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디오피아 인들은 독립국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성장되어 갔던 것이다 그러나 셀라시에 황제가 축출된 이후로 들어선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계속되는 가뭄의 피해와 함께 국민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만들고 있었다 3년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무성했던 아비시니아 고원의 초목들도 시들어 갔고 생물들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사람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먼지만 일어나는 메마른 땅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들은 땅을 버리고 우기에는 풍부한 비가 내리는 케냐나 소말리아의 초원지대로 짐승들과 함께 몰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국경 부근에서 제지되었고 자연스럽게 난민촌이 형성되어 갔다 어쩌면 그들은 여권이나 비자 없이 싱싱한 풀과 열매 물을 찾아 국경을 넘는 영양 떼나 얼룩말 집단을 부러워할지도 모른다베리에가 힐끗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더니 창으로 머리를 돌린다 난민캠프에 도착할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일으킨 먼지구름이 가라앉지 않아서 사람들은 수건이나 헝겊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흰색 노타이 셔츠 차림인 사내 한 명이 몰려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더니 말없이 베리에와 악수를 나눴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므로 그저 건성이었고 그들은 조금이라도 멀리 헬리콥터에서 떨어지려고 서둘러 걸었다미스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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